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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외 지음/민음사/236쪽/1만5천원 |
서울·도쿄·베를린에서 지내며 3명의 저자가 쓴 교차 산문집.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박솔뫼는 시공간을 인식하는 독특한 문체와 시선을 보여줬다. 연구자 안은별은 'IMF 키즈의 생애' 등의 저작물을 통해 해당 세대 개인의 생애사를 들여다보면서 그 삶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해왔다. 소설가 이상우는 소설이라는 장르에 없었던 요소를 거듭 시도했다.
이들의 글은 문예지 '릿터'에 '0시 0시+7시'라는 제목으로 2021~2022년에 걸쳐 1년 동안 연재된 글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드라마 작가 권도은, 음악가 케이타, 바리스타 김연재, 사진가 송곳 등 '친구의 일기' 8편을 더해 완성했다.
이들이 글을 연재했던 2021~2022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전쟁이 발발한 때다. 삶과 신념이 통째로 흔들리고, 일상의 많은 것이 바뀐 시기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채 주고받는 짧은 안부와 대화로 담지 못하는 이런저런 마음이 쌓여만 갔다.
이때 세 작가는 각자의 일상을 쓰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만 원칙으로 삼은 채 글을 썼다. 안은별이 일본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기쁨에 대해 기록하면, 이상우는 자전거나 마차를 타고 베를린 시내를 거니는 감각에 관해 썼다. 박솔뫼는 꿈속에서 길을 헤매다 상냥한 이에게 약도를 건네받는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 우리가 광장에서 누군가를 마주쳤을 때 바로 인사를 건네고 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 이들이 만나는 광장에선 상대의 시선, 태도, 문체, 일상 등이 담긴 이야기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들의 글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이러한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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