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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살아있는 사람과 동물의 내부에 '숨겨진 뼈'와 이들이 죽은 후 모습을 보이는 '드러난 뼈'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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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밀스 지음/양병찬 옮김/해나무/404쪽/2만원 |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알고 보면 뼈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인 칼슘을 저장하고,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구조로 우리 몸을 지탱한다. 심지어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고 스스로 복구도 한다. 뼈는 인류 문명 발전 과정에서도 등장한다. 뼈는 구하기 쉽고 가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여러 문화에서 사람들은 뼈를 섬기고, 보호하고, 도구·재료로 사용했다. 또 이로부터 즐거움과 영감도 얻었다.
이렇게 보면 일상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뼈지만, 불가사의한 면도 없진 않다. 살아 있을 때는 몸속에 숨겨져 있다. 죽어서 몸 밖으로 나온 뼈도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보관된다.
이 책에선 인간의 삶에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배경으로 존재해온 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책의 저자는 흥미로운 뼈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 독특한 정형외과 의사다. 그는 이 책에서 뼈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한다.
책은 1부 '숨겨진 뼈'와 2부 '드러난 뼈'로 구성했다. 1부에선 살아있는 신체 내부의 '숨겨진 뼈'를 다룬다. 저자는 뼈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척추동물의 뼈가 조개껍데기나 곤충의 키틴질, 손톱, 상아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뼈가 어떻게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하는지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유쾌하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람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뼈의 수 '206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한다.
특히 1부에서 미국 수부외과(Hand Surgery)학회 회장을 역임한 저자의 전문성도 드러난다. 그는 뼈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환과 이에 대한 치료법, 뼈가 부러졌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뼈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기상천외한 수술법, 정형외과학에 혁신을 만들어낸 선배 정형외과 의사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2부에선 뼈의 주인이 죽은 후 '몸 밖으로 나온 뼈'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선 뼈가 지닌 역사적·종교적·관용적 의미에 대해 들여다본다. '드러난 뼈'는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자로 역할을 한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만 년 전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또 동굴 속에 매장된 뼈는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말한다.
여기선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는 뼈에 관해서도 소개한다. 선사시대 사냥꾼들은 뼈를 이용해 몽둥이, 화살촉, 작살, 낚싯바늘을 만들었다. 사냥한 동물의 가죽도 뼈바늘을 이용해 옷으로 만들었다. 근대에 와선 뼈를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뼈 단추 산업은 패션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연다.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이 만들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에선 적지 않은 돈을 모았고, 이는 종교 개혁의 원인이 된다.
저자는 "인류는 뼈를 섬기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뼈로부터 즐거움과 영감을 선사 받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뼈가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 겸 문화재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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