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4) 인생 2막 ③ 60代 이동희씨, 가정주부 벗어나 노인 심리상담 시작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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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6 07:25  |  수정 2023-06-16 07:29  |  발행일 2023-06-16 제34면
"삶 공허할 때 '마음보듬이' 변신…제 얼굴도 밝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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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활동이 어르신들의 기쁨이 돼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주위에서 제 얼굴도 더 밝아졌대요."

이동희(67·대구 동구)씨는 올해 1월부터 새로운 일상을 시작했다. 바로 '마음보듬이'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가정주부로 살아온 이씨가 예순이 넘어 직업인으로 변신한 것. 그의 변신에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9월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내가 언제 이렇게 노인이 됐나' '그동안 무엇을 했나'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지'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너무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도 봉사활동을 하느라 바삐 지내온 탓에 크게 우울감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불현듯 서글픈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러던 중 지난해 말 노인상담소 실장님이 마음보듬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제게 물어왔고,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노인보듬이는 상담을 통해 심리적 외로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돕는 일을 한다. 이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이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대구 토박이인 이씨는 1980년대 초반 남편의 유학길에 동행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여성들이 결혼 유무와 관계없이 진취적으로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타국에서 본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결혼하면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다른 나라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그 시절에도 외국 사람들은 봉사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때 보고 겪은 것이 인상에 깊이 남은 것 같아요."

그는 마음보듬이 일을 한 이후 자신의 일상이 더 밝아졌다고 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을 보냈고, 어느 순간 무료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를 기다리는 어르신이 있고, 누군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삶에도 더 의욕이 생겼습니다. 12회기 방문 상담을 마치는 날에는 어르신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선생님에게는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힘이 나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인생에서 젊은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씨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는 점도 있다고 했다. "20~30대에는 자녀를 키우고 살림을 하느라 무언가에 쫓기듯 정신없이 산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의 조급함이 좀 없어지면서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저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더 헤아리게 된 것도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점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다려주고, 존중해주고, 이웃을 돌아보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모두 세월이 준 선물 같습니다."

이씨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저도 일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이들이 많았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도전하고,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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