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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 이가라시 '2019' <갤러리 신라 제공> |
갤러리 신라 대구는 오는 24일까지 일본 현대미술계에서 기하학적 추상회화와 미니멀회화 작업을 가지고 60여년간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지켜온 아키오 이가라시(Akio Igarashi)의 개인전을 연다.
회화를 깎고, 갈아내 만든 캔버스 표면의 독특한 질감은 이가라시의 회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그 색상은 그레이, 블랙, 화이트 등 모노톤으로 제한하고있어, 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단단하고 매끈한 돌이나 건축적 질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1970년대 초기 작품은 캔버스 화면이 뚫려 캔버스 뒷면이 보일 정도로 거칠다. 화면에 나타나는 그의 중요한 예술 언어는 그리고, 깎고, 지워내는 반복적인 행위의 축적으로써 이는 기하학적 추상이라는 자칫 차가운 회화가 아닌 그만의 따뜻한 회화로 나타나는 중요한 점이다.
그가 활동하던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의 일본미술계는 동아시아 미술의 최전선답게 미국회화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미니멀아트를 탄생시키고 다시 버린 미국 작가들과는 다르게 이가라시는 자신만의 작업으로 다시 탄생시켰다. 평면성 그 자체에 목적과 달성을 둔 그가 회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의 회화의 구성은 60여 년 전 탄생한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이다.
아키오 이가라시는 "뒤돌아보면 나의 회화 작업은 그리는 일과 깎는 일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말해 최근 몇 년은 그리는 일보다 깎는 일로 회화의 표면을 만들고 있다. 나는 이러한 행위의 반복으로 회화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나이로 여든 다섯인 작가의 첫 내한 전시로, 그는 이번 대구 전시를 위해 5년을 준비했다. 갤러리 신라 관계자는 "그의 전시가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개최되는 것은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와 같은 우리 지역의 미술 상황과도 어울려, 동시대 미술에서 귀하고 의미 깊은 의의를 지닌 전시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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