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가로 제2인생…"예술하는 지금이 전성기" 소방서장 출신 유재환 개인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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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8  |  수정 2023-06-28 08:07  |  발행일 2023-06-28 제18면
서화가로 제2인생…예술하는 지금이 전성기 소방서장 출신 유재환 개인전
유재환 '연꽃'
]"작품을 통해 수많은 은퇴자들이 작은 위안이라도 얻었으면 합니다."

소방서장 출신 서예·문인화가 수암 유재환 작가의 생애 두 번째 개인전이 오는 7월2일까지 KBS대구방송총국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유 작가의 근작을 비롯해 총 53점의 서화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유 작가는 2012년 대구 북부소방서장(소방정)으로 명예퇴직 후 서화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늦깎이 서화가다. 은퇴 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화 강의를 듣는 열정을 보였고, 유튜브 등 각종 미디어를 활용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접했다. 이후 서예가 율산 리홍재·심전 정준환 선생 등으로부터 서화를 배웠고, 수많은 공모전에 참여해 20여 회 이상 수상하며 소방관이 아닌 예술가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서화가로 제2인생…예술하는 지금이 전성기 소방서장 출신 유재환 개인전
유재환 작가
호 '수암'은 '물 속 바위' 의미
"캠핑카로 아내와 전국 누비며
빼어난 산천 작품에 투영할 것
은퇴 후에도 새 꿈 찾아나가길"


어린 시절, 큰아버지로부터 서예를 접한 것이 서화에 관심을 가진 계기였다. 유 작가는 6~7세 되던 무렵, 한학자이면서 독립운동을 했던 큰아버지로부터 서예 지도를 받았고 당시의 경험은 그에게 서화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었다.

이후 녹록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서화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었지만, 광주 육군보병학교에서 모필병(毛筆兵)으로 복무하면서 서화에 대한 꿈을 다시 한 번 품을 수 있었다. 유 작가는 모필병 복무 당시 육군보병학교의 상장, 표창장, 수료증 등을 직접 쓰며 글쓰기와의 끈을 놓치지 않았고, 1980년대 초 소방공무원 입직 후에도 각종 차트나 회의서류 등의 작성을 도맡으며 글쓰기와 관련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후 유 작가는 소방간부로만 24년을 봉직하며 숱한 재난 현장을 지휘하고 인명구조에 나섰다.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 참사 때는 현장에 출동해 인명을 구했고, 산불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도 늘 앞장섰다.

유 작가는 "2009년 대구달성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재직 당시 산불 현장 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강풍이 불어 산불이 마을을 태워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소방호스를 끌고 와 간신히 화재의 확산을 막았다"며 현역 소방관 시절을 떠올렸다.

옛 선현의 가르침을 담은 서화작품처럼 청백리다운 면모도 보여주었다. 한 민원인의 무고 탓에 비리공직자로 낙인찍힐 뻔했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이후 누명을 벗은 것은 물론 부패방지에 앞장선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또한 화재 예방 강연으로 받은 강사료를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나눔에도 앞장섰다.

정준환 선생이 지어준 유 작가의 호 '수암(水巖)'도 소방관 시절과 관련돼 있다. 평생 불을 끄고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으로 살았으니 앞으로는 '물 속 바위'처럼 살라는 의미다.

유 작가의 향후 계획은 앞으로도 현역 소방관 시절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그는 "향후 2~3년 내로 서예 위주의 세 번째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최근 캠핑카를 한 대 장만했는데 아내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의 문화행사를 두루 살펴보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산천을 머릿속에 담아 작품에 투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작가는 자신처럼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 가꾸어 나가길 당부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쉬지 않고 달려왔더니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처럼 느껴진다. 모든 은퇴자들이 젊은 시절 포기한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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