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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경주 쪽샘지구 44호분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송종욱 기자 |
1천500년 전에 영원히 잠들었던 10살의 신라 공주가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와 함께 무덤에서 깨어났다. 신라 공주는 머리카락을 천으로 감았다. 금동관·금동신발· 말띠꾸미개 등 금동제품이 나왔다. 특히 금동관 내부에서 마직물, 견직물 등 다양하고 화려한 직물이 최초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발굴 조사해온 경주시 황오동 쪽샘지구 신라 고분 44호 적석목곽묘(돌무지덧널무덤)의 주인은 키 130㎝에 10살의 어린 공주로 추정했다.
경주 쪽샘지구 신라 고분 44호분 발굴조사 결과를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연구소 관계자가 4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발굴조사 결과 설명회는 △축조 공정 △44호분 주인공 △출토유물 현황 △비단벌레 장식 죽제 말다래 △출토 유기물 등으로 나눠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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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44호분 비단벌레 말다래 출토 당시 모습.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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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44호분 비단벌레 꽃잎 장식이 있는 말다래 재현품.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
주인공의 머리맡에는 비단벌레 꽃잎장식을 붙인 직물 말다래 판이 흑칠 안장 위에 얹힌 상태로 놓였다.
직물로 감은 공주의 머리카락 다발과 금동제 장신구에 쓰인 다양한 직물류의 흔적, 연지의 재료로 공주의 얼굴과 몸에 발랐던 것으로 보이는 홍화 등이 확인됐다.
주인공 머리맡에 놓인 부장 공간에서 비단벌레 금동장식 수백 점이 발견됐고, 이 금동장식은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대나무 직물 말다래(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바탕틀(80× 50㎝ )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댄 것으로 보인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는데,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신라 말다래"라며 "말다래 하나당 꽃잎 장식 50개가 부착됐으니 비단벌레 약 200마리가 쓰인 셈이다.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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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44호분 신라 공주의 머리카락.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
연구소 측은 이와 함께 삼국시대 고분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주인공의 머리카락 뭉치를 발견했다.
금동관 주변에서 폭 5㎝의 유기물 다발과 다발을 감싼 직물이 발견됐는데, 형태학적 특징과 맵핑 분석을 통해 모발의 특징인 황(S) 성분이 검출됐고 유기물 다발 주변에 두개골 조각이 확인된 점 등에서 숨진 공주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됐다.
머리카락을 감싼 직물 형태를 통해 여러 가닥을 한데 묶은 머리 꾸밈새로 추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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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지구 44호분의 주인인 어린 공주와 부장품.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
금동관·금동신발·말띠꾸미개 등 금동제품에 쓴 직물이 다수 발견된 것도 주목된다. 분석 결과 금동관 안에서는 마직물·견직물 등 다양한 직물이 확인됐다. 특히 홍색·자색·황색의 색실을 사용한 삼색경금을 확인했다.
금동신발에서는 가죽, 견직물, 산양 털로 만든 모직물 등이 확인되는데 산양 털이 국내 고대 유적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직물들은 실물자료로 처음 확인돼 앞으로 관련 연구에 획기적인 사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묻힌 이의 얼굴과 허리 곁에서는 연지 등의 화장 재료로 쓰린 '홍화' 가루가 검출돼 신라 왕녀는 사후 매장 때 연지를 찍고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맡에선 금동신발 조각들도 확인돼 사후 의례용임을 재확인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보존과학, 의류 직물학, 토목공학, 지질학 등 여러 학문과 협업한 연구 성과와 이를 토대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져 더욱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송종욱
경주 담당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