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 오은영 만날 길 없나요…전화 500통 해도 안 돼요"

최근 대구지역 맘카페에는 일명 '대구 오은영'로 불리는 한 아동전문가를 만나기 위한 예약 전쟁이 벌어졌다. 대구경북 맘카페 '대구맘365'.

"대구판 오은영, 만나기 너무 힘드네요."

지난 3일 오전 8시. 36개월 아들을 키우는 주부 A씨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오전 9시까지 꼬박 1시간 동안 같은 번호만 수백 번 눌렀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이 자주 찾는 맘카페에 "에휴~ 저는 오늘 실패했네요. 혹시 몰라서 남편 전화기까지 동원했는데… 내일 또 도전해봐야겠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대구지역 엄마들이 일명 '대구 오은영'으로 불리는 한 아동 행동발달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치열한 예약 전쟁을 벌이고 있다.

5일 대구지역 맘카페 등에 따르면 수성구에 있는 한 아동청소년지능검사·아동발달전문기관의 3분기 예약에 수백명의 엄마들이 몰렸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이 기관의 예약은 보통 이틀 안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 전화를 걸어 통화음이 들리면 자동으로 예약 문자가 온다. 하지만, 이 전화 연결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엄마들은 "한 번 예약하려면 500~700차례에 달하는 통화를 시도하는 것은 기본이고,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며 고개를 젖는다.

5살 난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모(34·달서구)씨는 "2년 반 동안 빠짐없이 한 시간 내내 전화해도 연결이 안 됐다"면서 "정말 1초도 안 쉬고 통화와 종료를 반복해도 모두 허사였다"고 하소연했다.

간혹 맘카페나 개인 SNS에 예약 성공을 인증하는 글이 올라오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성공 비결을 묻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대구경북 대표 맘카페인 '대구맘365'에 한 회원은 "6분 동안 97번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연결됐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전했는데, 너무 운이 좋았다"고 예약 문자 인증 샷을 올렸다.

해당 기관이 이렇게까지 '핫'한 것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의 행동과 기질에 대해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족집게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담을 받아본 한 주부는 "대략 1시간 정도 진행됐는데, 처음 15분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노는 과정을 관찰하고 나머지 시간엔 대면 상담을 했다"면서 "A4용지 2장 분량의 결과지를 받았는데, 정말 오은영 선생님을 만난 것처럼 아이의 기질과 문제점, 해결 방안에 대해 명쾌하게 조언해 줬다"고 후기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고 개선되는 과정을 담은 TV 육아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자극받은 부모들이 앞다퉈 아동 전문가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은정 감성힐링코치아카데미 대표는 "내 아이의 기질을 정확하게 알고 육아를 하고 싶은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지역에서도 다수의 아동 전문가와 기관들이 있는 만큼 다각도로 알아보고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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