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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 복구현장. 복개천을 중심으로 가운데 주택들은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라지고 양쪽 주변의 주택만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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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에는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태풍을 대비해 물꼬를 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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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노인회관에 폭염을 피해 모인 어르신들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태풍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수해 복구가 한창인데 다시 태풍으로 비가 쏟아지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수마가 할퀴고 간 경북 예천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폭염 속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효자면 백석리와 감천면 벌방리 피해마을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15일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효자면 백석리를 영남일보가 7일 다시 찾았다.
피해 마을은 아직 완전히 복구가 되지 않아 걸어서 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실된 도로 등은 응급복구돼 차량을 이용해 올라갈 수 있었다. 황보성(66) 이장은 산 쪽을 가리키며 "(저기)꼭대기에 헬기장이 있는데 아래 쪽부터 산사태가 나 돌과 토사가 밀려 내려왔다"며 "다시 태풍으로 폭우와 바람이 들이닥치면 마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노심초사했다.
주민들이 임시 대피한 백석리 노인회관에는 어르신 4~5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태풍 소식에 초조해 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김정숙(여·71)씨는 "이제 좀 정신 차리나 싶었는데 태풍이 온다니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많은 분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복구를 마쳤는데 또 비가 내린다고 하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노인회관에서 성백마을까지 가는 길 곳곳은 그나마 토사로 유실된 길이 임시 복구됐다. 범람했던 복개천의 황토물도 이젠 맑아졌다. 그러나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는 토사를 실어 나르는 굴착기와 덤프 트럭은 아직도 마을을 쉴새 없이 오가고 있다. 한켠에서는 반파된 주택을 부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여기서 나온 폐기물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 화물트럭이 분주히 움직였다.
마을에서 20여 년간 농사 지었다는 박종철(50)씨는 "집이 파손되고 농기계와 창고 등이 쓸려갔다. 암담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보상해 준다고 하지만 융자 내지 않고 집을 짓거나 농기계를 구매할 순 없다"며 "태풍이 올라온다는데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24일째 2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감천면 벌방리 마을은 이재민을 위한 임시 조립주택의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폭우로 산비탈에서 굴러온 바윗덩어리 등이 마을을 휩쓸고 갔다.
마을에 쌓인 흙은 대부분 제거됐지만 바위 덩어리는 그대로 있어 위험천만하다. 중장비가 곧 들이닥칠 태풍에 대비해 물꼬를 트는 데 한창이다.
벌방리 마을회관에도 폭염을 피하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이 태풍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윤혜식(83) 할머니는 "마을에서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분들이 계셔 걱정인데 태풍이 온다니 두렵고 심장이 떨린다"며 "(폭우가 내린) 그날 밤만 생각하면 아직 겁나는데 회관에 와 주민과 얘기를 나누면서 위안받고 있다"고 했다.
장광현 감천면장은 "집채 만한 바위가 물길을 가로막고 있어 다시 폭우가 내리면 토사와 함께 마을을 덮칠까봐 중장비를 이용해 제거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바위가 커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7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경북북부 재산 피해액은 2천946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예천 983억원, 봉화 805억원, 문경 543억원, 영주 422억원 순이다. 나머지 193억원은 지역 구분이 어려운 피해액이다. 공공시설 피해액은 2천28건에 2천327억원, 사유시설 피해액은 619억원이다.
글·사진=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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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