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달짝지근해: 7510…중년 로맨스가 이렇게 간질간질하고 풋풋해도 되나요

  • 김은경
  • |
  • 입력 2023-08-18 08:02  |  수정 2023-08-18 07:57  |  발행일 2023-08-18 제14면

달짝지근해

배우 유해진이 처음으로 도전한 로맨틱코미디. 과자 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극한직업'으로 천만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이 과거에 쓴 각본에 '완득이' '증인'으로 이름을 알린 이한 감독이 각색했다. 이병헌 각본 특유의 빵 터지는 재미있는 말맛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제목의 '7510'은 치호와 일영의 이름에서 따왔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살아있다. 치호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이지만 현실감각은 '0'인 제과 연구원이다. 굳이 맛으로 표현하면 '요상한' 맛 정도가 된다. 반면 일영은 직진밖에 모르는 무한 긍정 캐릭터로 '톡쏘는' 맛과 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치호의 철없는 형이자 사고뭉치 빌런인 석호(차인표)는 염치없고 철없음이 '매운맛'을 부르고, 늘 자아도취에 취해서 옆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제과회사 사장 병훈은 '느끼한' 맛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무엇이든 과몰입하는 은숙(한선화)은 예측불가능한 매력으로 '솔직한' 맛을 느끼게 한다.

유해진은 이번 작품을 두고 성인버전의 '소나기'라고 정의했다. 사랑의 작은 떨림, 연인을 향한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 등 어른이 되어서도 똑같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조금 성숙된 시각에서 재미있게 펼쳐 놓았다는 것.

이한 감독은 이별 장면을 촬영하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해 기쁨 반, 슬픔 반으로 눈물을 쏟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은 "촬영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쑥 나오더라. 솔직히 그렇게까지 눈물 연기를 잘할 줄은 몰랐다. 유해진 배우가 그런 유의 슬픔을 표현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근데 이런 것도 너무 잘하는 배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더 놀랐던 사실은 김희선 배우에게 그런 깊은 아픔을 표현해내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또 감독은 영화를 공개하면서 작은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한 감독은 "관객분들이 재미있어 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참 재미있다는 평가를 꼭 듣고 싶다"라며,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밝혔다. 임시완, 고아성, 정우성 등 감독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코미디, 119분)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