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기어때!] 대구 동인동 '바노 카페', 비누향 대신 커피향 가득…추억의 목욕탕 카페로 부활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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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5 08:17  |  수정 2023-08-25 08:18  |  발행일 2023-08-25 제13면
40여년간 명성사우나로 영업하던 곳
세신실·여탕 입간판 등 그대로 유지
콘셉트 특이하지만 커피 맛도 특별
유기농 원두·젤라또 등 맛으로 승부
배대호 대표 "전국서 찾는 곳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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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인동의 디저트카페 '바노'는 40여년의 세월이 담긴 목욕탕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인테리어를 담아 어른들에겐 어릴적 기억을 선물하고, 젊은 세대들에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목욕탕의 현재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동네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동네 목욕탕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존폐 위기로 내몰렸다. '거리 두기'가 미덕이자 에티켓이 되면서 목욕탕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다니던 목욕탕의 '따뜻한 기억'을 유지하며 재활용해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목욕탕의 따뜻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그 모습을 재현해놓은 카페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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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카페 '바노' 입구 전경. '바노'는 스페인어로 목욕탕을 뜻한다.

대구 동인동 '바노 카페'는 40여 년간 명성사우나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던 목욕탕을 카페로 바꾼 경우다.

아직까지 '명성 사우나'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바노 카페는 새롭게 단장한 입구를 통해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계산대가 보인다. 계산대 한쪽으로 카페를 다녀간 손님들이 남기고 간 수많은 메모가 빼곡하다. 여기까진 여느 카페와 별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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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한 뒤 오른쪽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오랜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2층 안쪽에 있는 옥색 타일의 벽면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명히 떠오르게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목욕탕용 옥색 타일은 현재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 옛 모습을 살리기 위해 시중에 파는 타일의 몇 배 가격을 주고 주문제작을 진행했다.

물을 뺀 탕 안에는 기존의 계단식 받침대를 의자 대용으로 사용하고, 앙증맞은 테이블이 이곳이 카페임을 알려준다. 마치 옛날 목욕탕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안부를 묻던 기억을 재현해 주는 것 같다. 또 사우나실이나 때 미는 기계, 세신실과 때밀이 타올 등 이곳이 예전에 목욕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소품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바노의 2층은 원래 여탕 자리다. 여탕 입간판을 그대로 둬 오는 사람마다 당황해하면서도 신기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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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노 카페 배대호 대표 부부.

배대호 대표는 "목욕탕을 기본 콘셉트로 했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서 "기존 목욕탕에 있었던 찜질방, 건식사우나, 습식사우나, 세신실까지 유지하면서 기존 타일을 철거하고 옛날 분위기 풍기는 모자이크 타일이나 요즘 MZ세대들이 좋아하는 파스텔 타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예전 남탕이었던 3층은 아직 공사 중이지만 2층과는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히 목욕탕 추억팔이만을 내세우는 곳으로 알면 곤란하다. 디저트카페를 표방하는 곳답게 기본적으로 음료와 디저트의 품격이 남다르다. 대표 겸 커피를 담당하고 있는 배대호씨는 벌써 7년차 중견 바리스타다. 카페 창업을 결정하고 난 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이 원두 선택이다.

그는 "일단 카페라고 하면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어떤 원두가 좋을까라는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고 웃었다.

오랜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은 유기농 원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샘플을 주문해 직접 커피를 내려 보니 지금까지 먹어본 커피와는 너무나 다른 맛에 반해 버렸다. 견과류의 구수한 바디감과 초콜릿 맛의 조화가 좋은 원두로 산미가 없이 구수하다. 세계 로스팅 챔피언과 미국 다국적기업의 컬래버로 공동개발한 제품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원가 부담이 있지만 국가가 인증한 친환경 유기농 원두를 선택한 이유란다.

또한 디저트 카페를 표방한 곳답게 건강한 디저트를 고집하고 있다. 바노의 '젤라또'는 강릉의 초당순두부를 만들 때 들어가는 백태콩으로 만들어 순두부의 맛을 그대로 담은 자연주의 식품이다. 배 대표는 "순두부 하면 첨엔 좀 꺼려 하다가도 맛을 보여주면 대부분 좋아하게 된다"고 자랑했다.

순두부젤라또 말고도 쌀젤라또·초당옥수수젤라또·우유·라즈베리·딸기·망고·강릉커피 등 진짜 자연재료로 첨가물 없이 만든 건강한 젤라또를 내놓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과일곤약젤리다. 비정제원당으로만든 과일청과 국내산 밀양곤약으로 만든 무색소·무첨가·무방부제로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라는 것이 바노의 자부심이다.

이곳에서는 솜사탕마저도 건강식으로 맛볼 수 있다. 솜사탕이라고 하면 불량식품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바노의 솜사탕은 100% 유기농 사탕수수를 사용해 만든 건강한 간식이다. 당연히 HACCP 인증을 받았다.

디저트카페에서 빠질 수 없는 마카롱 머랭 또한 바노의 인기품목이다. 아몬드가루와 프랑스최고급 고메버터 초코는 최고급 칼리바우트를 사용해 만든 믿을 수 있는 건강 디저트다

배대호 대표는 "이곳을 대구 사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작은 희망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PS - 상호인 바노의 뜻은 무엇일까. 센스있는 분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바노는 스페인어로 목욕탕이란 뜻이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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