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대상 '겨울캠프' 장주선 감독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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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4  |  수정 2023-09-02 13:26  |  발행일 2023-09-04 제19면
대구 곳곳 장소 섭외 등 시민들 협조 감사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영화 만들고 싶어
장주선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애플시네마 대상을 수상한 장주선 감독이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다.

최근 폐막한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에서 '겨울캠프'의 장주선 감독(28)이 애플시네마(지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을 때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장 감독을 만났다.

약속 장소는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버스정류장 앞. 그의 영화를 보고 나니 가장 바쁘고 익숙한, 많은 시민이 오가는 '일상의 단편' 같은 곳에서 인터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 대구단편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는데, 지난 며칠간 정말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일상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웃음) 개인적으로 상을 받아 기쁜 것도 있었지만, 당시 폐막식에 있던 동료들의 축하가 가장 값지다고 생각했다. 대구에서 영화 작업을 하면서 같이 고생한 분들이다 보니 뭔가 뭉클한 게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도 많이 기뻐하셨다."

▶처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대구에서 영화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부모님이 영화를 워낙 좋아해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고등학교 때 '파수꾼'이란 제목의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영화를 배우고 싶어졌다. 대학을 충주로 가게 됐는데 졸업 후 고향인 대구에 돌아왔다. 영화를 하려면 당연히 서울로 가야 할 줄 알았는데, 우연히 대구의 다양성 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접하게 되면서 영화를 시작했다. 2020년에는 대구영화학교에 가서 시나리오 쓰는 법과 체계적인 영화 작업법 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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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선 감독의 영화 '겨울캠프'의 한 장면. 대구단편영화제 제공

▶'겨울캠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28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촬영과 편집 등 제작에 6개월 가량, 구상까지 총 1년이 걸렸다. 내 작품에서 '엄마와 딸'이 나오는 게 세 번째다. 사람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그런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자신과 남에게 엄격한 인물이 불가항력적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떤 모습일까. 영화는 물론 관객에 따라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영화에 익숙한 장소들이 나와 반가웠다. 섭외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구시내의 지하 무대와 학교, 성서공단의 한 직원식당 등을 섭외해 영화를 찍었다. 영화 속 학교는 제 모교인 송현여고인데, 직접 영화 관련 서류를 들고 찾아가 설명을 드렸더니 촬영을 허락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또 지하 무대와 식당은 제작팀이 섭외를 했다. 대구시민들이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협조를 잘해주신다. 영화에 나오는 집은 부모님이 사시는 달서구의 아파트다. 영화 촬영 때문에 부모님이 이틀간 집 밖에서 주무셨다. 영화에 나오는 핑크색 경차도 당시 어머니의 차였다. 부모님의 배려와 시민들의 이해 덕분에 이 영화가 완성됐다."

▶롤모델이나 꿈이 있다면. 대구에서 영화를 하며 느낀 점은.
"좋아하는 감독은 켄 로치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들은 사회에서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주저 없이 하며 그 안에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을 각인시켜 준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경우 아직 모든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더 알아가고 싶은 분이다. 내 꿈은 거창한 건 아니고 앞으로 내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대구에서 영화를 할 수 있는 기반이나 환경이 조금만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고향, 생활 공간인 대구에서 좋은 영화가 계속 나왔으면 한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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