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이노센트…동심을 뒤엎다…아이들의 잔혹한 상상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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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8  |  수정 2023-09-08 08:07  |  발행일 2023-09-08 제13면

[금주의 영화] 이노센트…동심을 뒤엎다…아이들의 잔혹한 상상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스토리텔러로 인정받은 에실 보그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어린아이의 동심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잔혹한 본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에실 보그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블라인드'가 국내에서 정식 개봉된 적이 없는 만큼, 그의 첫 국내 정식 개봉작이 될 전망이다.

에실 보그트는 국내에도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모든 작품의 각본을 맡아 잘 알려져 있다. 평범한 상상력을 거부하는 그는 허를 찌르는 반전과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 매력이다.

이번 작품에서 감독은 어른들이 개입하지 않은 순간 특별한 잠재력을 깨워 나가는 아이들을 통해 가장 순수하고 본능적인, 그래서 더욱 파괴적이고 잔인할 수 있는 세계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상황을 통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당시의 악의 없던 행동들이 나비효과로 이어져 얼마나 큰 공포가 될 수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다와 안나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 후 또래인 벤자민, 아이샤와 친구가 된다. 네 명의 아이들은 특별한 잠재력을 깨워 나가게 되고, 벤자민은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과 장난으로 행해지던 일들은 급기야 분노라는 감정과 이어지는데….

감독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 들인 노력은 사뭇 진지하다. 장장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성인 배우와 닮거나 예쁘기만 한 배우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찾기 위해 온갖 정성을 마다하지 않았다. 감독은 아이들에게 동일한 이미지를 보여준 뒤, 이야기를 창작해 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또 각자 무섭다고 느끼는 이미지를 가져오게 한 후, 이미지를 봤을 때 반응을 스스로 연기할 수 있도록 호흡법과 감정의 연기 등을 적극 코칭했다.

그 결과 아역배우들은 첫 연기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노련하고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이다' 역할을 맡은 라켈 레노라 플뢰툼은 첫 연기, 아역 배우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국제 장르 영화제로 알려진 레이븐하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릴러, 117분)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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