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일대일로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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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8 06:39  |  수정 2023-09-28 06:53  |  발행일 2023-09-28 제27면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직후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그가 중화민족 부흥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내놓은 카드가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다. 한무제 때 중동 및 로마와 교역했던 고대 실크로드를 복원·확장해 '대국굴기'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2049년까지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5개 노선(내륙 3개, 해상 2개)으로 연결하는 거대 경제·무역벨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현재 일대일로 참여·관계국은 150여 곳이다. 양적으로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주요 참여국 중에 선진국이 별로 없는 데다 독재 국가도 상당수여서 미래가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참여국에 도로·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인프라 투자가 핵심이다. 중국이 벌이는 글로벌 사업의 현재 성적표는 어떨까. 중국은 무역흑자의 40%를 일대일로에서 벌어들인다고 한다. 꽤 짭짤한 수입이지만 문제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현지 사업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스리랑카를 비롯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위기는 불량채권 급증뿐만 아니다. 미국 주도하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상이 더 큰 위협 요인이다.

중국은 다음 달에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탄생 10주년 이벤트를 거창하게 열 계획이다. 이 행사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참석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진다고 한다. 일대일로가 세계 1·2위 독재자들을 연결하는 공식 통로도 되는 셈이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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