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ChatGPT와 진정성

  •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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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4  |  수정 2023-12-12 11:09  |  발행일 2023-10-04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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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시험 때면 매번 학생들에게 커닝페이퍼를 작성해서 시험 전에 제출하도록 한다. 손으로 정성껏 한 글자 한 글자 잘 정리된 커닝페이퍼에는 가산점을 주었다. 써 내려간 글씨에 그날의 기분과 태도, 마음 씀이 담겨 있다. 정성을 들이는지 아니면 대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출력된 활자의 커닝페이퍼가 당연시되었고 나는 여기에도 가산점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내 생각을 고집하기에는 세상이 바뀌었다.

가끔 내 맘에 들게 대답하는 사람과 얘기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다.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 아는 것이 모든 것인 양 늘어놓는 사람과의 대화는 피한다. 그들은 모르는 것이 없고 아는 것도 없다.

모르는 게 없이 인간 질문자의 프롬프터에 성실히 답해 주는 챗지피티(ChatGPT),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자연어로 보여주는 답변을 보고 있노라면 그 해박함에 솔깃해진다. 필요한 많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정리해 주는 편리하고 좋은 도구가 생겼다. 어떤 질문에도 내가 유도한 답을 받을 수 있다. 충격적이다.

챗지피티를 통해 가정과 추측의 확률에 기반한 낯선 창조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자료를 무한히 조합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는 가공해 내기 때문에 팩트 체크가 불가하다. 대화 형식의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말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논리적 오류에는 심지어 젠틀한 말투로 사과도 한다. 진정 알고 말하는 것일까. 자신이 무슨 의미를 전달하는지 알지 못한다. 진정성을 찾아내기 어렵다.

'아님 말고' 식의 옳고 그름이 부재한 가짜 뉴스가 당당하다. 때로 챗지피티의 답변은 오답임에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말하는 가짜뉴스의 프레임 같다. 챗지피티의 답변은 최초 나의 선택으로 사용되지만 세상 속으로 나가면 책임질 사람이 없다. '아님 말고' 식의 결과에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거짓의 말을 체화시키고 타인도 믿게 만드는 프로파간다가 득세하는 요즘, 진정성을 되찾아줄 과거의 선생님이 필요하다. 챗지피티를 활용한 경우에는 반드시 사용한 아이디어와 발전 과정을 첨부하여야 한다. 우리의 말에도 진정성의 꼬리표를 달기로 하자.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표절이 된다.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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