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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교은〈갤러리 프랑 대표〉 |
작년 이맘때쯤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는 한국이 낳은 클래식 스타를 보기 위해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제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이날, 조성진은 협연 연주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에 의한 랩소디(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를 연주했다.
파가니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설로 유명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라흐마니노프가 선배 작곡가인 그를 너무나도 존경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담아 파가니니에 의한 랩소디를 밤낮 막힘없이 단번에 작곡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극악한 난이도의 피아노 곡들을 많이 썼고 그 곡들을 본인은 너무나도 쉽게 연주했기에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는 극악한 난이도의 곡을 만나면 이건 라흐마니노프밖에 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인데, 라흐마니노프는 198㎝의 굉장한 장신으로 손이 컸기에 어려운 곡들을 쉽게 연주가 가능했다고 평가받으며 실제로 손가락을 완전히 다 펼쳤을 때 그 길이가 대략 30㎝ 정도였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의 큰 손만이 연주가 가능할 수준의 10도 이상으로 손을 찢으며 건반을 4개 이상 누르는 옥타브와 정신없이 음표들이 난무하는 악보, 아무리 타고난 테크닉과 센스가 있어도 신체적 스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조성진의 키는 171㎝이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날리며 시작을 알렸고 빠른 템포와 웅장함 속의 고색창연한 기교를 지닌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조성진의 손끝에서 가볍고 정확하게 타건되어 빛이 나는 파가니니 협주곡으로 흘러나왔다.
머리를 흩날리는 조성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에게서 단순히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느끼고 어루만지는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았다. 말 그대로 예술을 행하는 사람, 온몸으로 연주를 느끼는 조성진의 모습이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에게 한 외국인 사회자가 인터뷰 도중 어떻게 심사위원들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물었다.
조성진은 쇼팽의 음악을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면서 본질적 요소는 'Nostalgia'(향수, 그리움)라고 답했다. 스무살에 고국 폴란드를 떠나 평생을 돌아가지 못한 쇼팽의 일생. 모두를 울린 조성진의 연주에서 그리움과 향수를 간직한 쇼팽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 건 전혀 다른 시대의 인물인 쇼팽의 서사를 떠올리며 그 순간 쇼팽이 느꼈을 감정에 완전히 몰입해 연주를 한 조성진만의 섬세한 힘이다.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 이 천재 피아니스트를 통해 한국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를 본다. 임교은〈갤러리 프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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