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화란…희망이라 기대한 곳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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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3 07:49  |  수정 2023-10-13 07:51  |  발행일 2023-10-13 제14면

화란

글로벌 배우 송중기가 노개런티 출연하면서 화제가 된 작품. 특이하게도 감독과 제작사가 먼저 배우에게 출연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계에서 돌아다니는 대본을 읽은 송중기가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역으로 제안을 했다. 송중기는 '화란' 시사회에서 "처음 시나리오 단계에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완성된 결과물보다 더 거칠었다. 하지만 굉장히 눅눅하고 찐득찐득한 느낌이 좋았다. 만일 제가 작품에 참여한다고 하면 전체적인 제작비가 늘어나고 상업적인 영화 흥행 공식이 늘어나면서 대본의 장점이 줄어들 것 같아 노개런티 얘기를 숨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알려져 버려 부끄러울 정도"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작품이다. 대세 배우와 신예들의 신선한 조합, 여기에 앞날이 기대되는 신인감독의 의욕까지 어우러졌다.

제목 '화란'은 한자로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 복합적이고 중의적인 말이다. 연규가 지옥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 엄마와 함께 떠나고 싶어 하는 네덜란드의 한자 음역어 '화란(和蘭)'에서 따왔다. 또 재난과 난리를 일컫는 '화란(禍亂)'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연규가 치건과 함께 하며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상징하는 희망의 단어임과 동시에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는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화 '화란'은 국내 개봉에 앞서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올해 열린 제76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영화는 1천여 명의 관객이 4분간 기립박수를 보내 화제가 됐다.

이번 작품에서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으로 분한 송중기는 "치건과 연규 두 사람이 가정폭력이라는 같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다른 인생을 사는 지점이 매력적이었다. 연규의 눈 옆 찢어진 상처, 치건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귀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 묵직함과 씁쓸함이 시네마적으로 표현되겠다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는 극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배우들의 대사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와 관련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대사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기보다는 몸과 눈빛 등 비언어적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뒤섞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대사보다 배우들의 표정, 눈빛 제스처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연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아르, 124분)

김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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