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맥주' 파장 거세…'중국산 식품 포비아' 불안감 커진다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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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6  |  수정 2023-10-25 18:45  |  발행일 2023-10-26 제2면
대구지역 여론 들끓어…"칭다오 맥주는 먹지 않겠다"

유통업계, 칭다오 맥주 매출 줄어
소변 맥주 파장 거세…중국산 식품 포비아 불안감 커진다
중국산 맥주 브랜드 '칭다오'가 '소변 맥주'로 불명예를 안으면서 중국산 식품 포비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경덕 교수 SNS 캡처>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이른바 '중국산 식품 포비아(Phobia·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산 맥주 브랜드 '칭다오'의 위생 문제가 불거진 게 도화선이 됐다. 기존 중국발 '알몸 김치' '멜라민 분유' 논란도 다시 오버랩되면서 중국산 식품 기피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한 남성이 맥주 원료인 맥아가 쌓여있는 곳에 소변을 보는 듯 자세를 취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장소는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 위치한 칭다오맥주 제3공장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소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 사태가 있기 전까진 국내에서 칭다오의 인기는 좋았다. 칭다오 맥주는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소매점 매출 기준) 1~2위를 꾸준히 유지했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매출액이 589억 원(1위)에 이르렀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 컸다.

시민 정모(34·대구 중구)씨는 "중국 맥주 중에선 칭다오가 가장 유명해서 즐겨 마셨다. 그런데 이번 영상을 본 후 중국, 그리고 '칭다오' 브랜드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당분간 칭다오 맥주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했다.

수입사와 관계 당국은 문제가 된 중국 공장의 맥주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25일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되는 칭다오 맥주가 만들어지는 곳은 칭다오 시내 스베이구에 있는 칭다오 맥주 주식 유한공사와 리창구 제2공장, 리오산구 제5공장이다.

하지만 이미 제품 신뢰도에 심하게 금이 간 상황은 쉽게 되돌리기 힘들 전망이다.

소변 맥주 파장 거세…중국산 식품 포비아 불안감 커진다
중국의 4대 맥주인 칭다오 맥주 생산공장의 원료에 방뇨하는 영상이 폭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칭다오 맥주가 진열돼 있다. 칭다오 맥주 한국 수입사인 비어케이는 입장문을 통해 칭다오 맥주는 별도의 공장에서 내수용과 수출용을 생산하고 있으며, 논란이 된 3공장은 중국 내수용 맥주만 생산한다며 국내 유통 맥주와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3)씨는 "국내에는 논란 제품이 들어오지 않았다지만, 이미 소비자 사이에서 칭다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깊숙히 자리 잡고 있 다. 매장에 남은 칭다오 맥주는 앞으로 판매도, 반품도 어려울 것 같다. 이 손해를 어떻게 메울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칭다오 맥주 사태이후 편의점, 음식점 등 유통가에선 칭다오 맥주판매가 감소세를 보인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1~23일간 칭다오 맥주 편의점 3곳의 매출액은 지난주 같은 기간 대비 20~30%가량 줄어들었다.

칭다오 맥주의 안전불신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태세다.

앞서 2021년엔 중국의 한 남성이 나체로 배추를 휘젖는 모습이 담긴 '알몸 김치'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당시, 식품 전문가들은 '문제의 배추가 국내로 수입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 국내 수입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알몸 김치' 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2020년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8만1천186t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4만606t으로 쪼그라들었다. 5만t 가까이 줄었고, 전년과 대비해선 15% 하락했다. 2008년엔 독성물질인 멜라닌이 함유된 분유가 중국에서 유통돼 난리난 적이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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