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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의원. 연합뉴스 |
사실 신청사 건립 이슈는 두 정치권 인사에게 공동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까닭에 해결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다만 해당 지역구를 가진 김 의원이 더 절박했습니다. 홍 시장이 주장한 재정 건전화 방침 자체에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대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대구시 계획처럼 두류 정수장 부지를 매각할 경우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 명확했고, 이 경우 대구의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단 그의 계획이 틀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치적 해결책으로 '손편지'를 선택했습니다. 최근 김 의원은 홍 시장에게 22장의 손편지를 작성했습니다. 내용을 수정하고 오탈자가 생기면 다시 쓰는 과정을 거친 편지는 3일 만에 완성했습니다. 편지 내용에 대해 김 의원은 영남일보와 만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달서구민의 소원, 그리고 대구의 미래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했다"며 "나 이러다가 재선 실패한다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적었다"고 언급하며 웃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의 진심은 통했습니다. 추석 연휴 전 편지를 받아본 홍 시장은 비서실에 유휴 부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걸로 전해집니다. 대구의 미래를 염려하던 홍 시장과 총선을 앞두고 달서구민의 민심이 두려웠던 김 의원이 만들어낸 '편지 정치'입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과 김 의원의 대립이 급하게 해결된 까닭에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꿈쩍도 않던 홍 시장이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뭔지가 가장 궁금했을 겁니다. 확정할 순 없지만, 김 의원은 '편지'와 '진심'이 해결책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김 의원이 홍 시장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만나면 언성이 높아지는 감정적 문제가 생겼고, 이에 편지로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이 보낸 '러브레터'가 홍 시장의 마음을 움직인 셈입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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