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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
며칠 전, 지인들과의 저녁 식사 모임 중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급한 용무의 학생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모르는 번호도 가급적 전화를 받는다. 업무 관련 전화였고 상대의 얼굴도 알지 못해 내일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다. 한참 후, 스피커폰이란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몇 명이 이 스피커폰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가.
나만의 공간에서 격의 없는 지인과 통화를 할 때 스피커폰이 좋다. 그러나 공적인 대화에서 스피커폰을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누가 그 공간에 있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대면 상태에서의 대화가 가능하고 필요함에도, 나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것. 묘한 압력을 동반한 일방통행으로, 불쾌감이 통화가 끝나고도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브루노 뒤몽 감독의 언론 영화 '프랑스'에서 프랑스 드뫼르 역의 레아 세이두는 TV 뉴스 전문 채널의 스타 기자이다. 전장 속에서도 본인 위주로 뉴스를 연출하여 의도된 픽션이 진짜처럼 보이는 영화 같은 방송을 한다. 영상이 나가던 중 실수로 그녀의 잡담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국민 기자 프랑스의 진정성 있는 취재가 연기였다니….
영화 '프랑스'는 말과 행동은 일치하여야 하고 특히 말로만 전해지는 다양한 미디어와 사회적 화젯거리는 조미료가 첨가된 대중적인 음식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다. 나의 사견이 진실로 왜곡되어 다른 사람을 해치게 되지 않을까 또 내가 반대의 경우로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확성기는 진정성 시스템 오류로 세상으로 소리를 지를 것이다. 언제 노출될지 모르는 스피커폰 앞에서도 솔직하다.
최근까지도 우리 지역의 관공서나 공용공간에 가끔 보이는 재밌는 표어 문구가 있다.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본 적이 없다. '남의 말을 좋게 하자.'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니더라. 꼭 필요한 문구더라. 때로는 없는 말을 만들고 진짜가 되더라. 서로가 함께하는 사회문화 속에서 인간 이면의 본성을 잘 다스려, 언제 어느 곳에 방송되어도 바뀌지 않을 나의 말의 진정성을 지켜내자.
이 밤, 사랑하는 아들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한다. 나의 대화 속에 손 씻는 소리도 함께 전송되리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는 하나이고 당당하다.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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