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어려우니까 도전한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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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7 06:43  |  수정 2023-11-17 06:43  |  발행일 2023-11-17 제27면

제 35대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1917~1963)에겐 '열등감'이 하나 있었다. 숙명의 라이벌 소련이 '우주 탐사'에서 번번이 앞섰던 일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했다. 1961년엔 인류 첫 유인 우주선인 보스토크 1호가 우주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우주선에 탔던 유리 가가린은 우주에서 지구를 본 뒤 "지구는 푸른색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와 다름없었다. 더욱이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한 해였으니 미국으로선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케네디는 속이 타들어 갔다. 더 이상 구경꾼만 될 순 없는 노릇이었다.

1962년 9월12일. 케네디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라이스대학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하게 된다. '문샷 스피치(Moonshot speech)'로 통하는 달 탐사 계획 발표였다. 연단에 오른 케네디는 두 주먹을 쥐고 열변을 토했다. "우린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왜냐고요?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7년 후, 미국은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고요의 바다(달 표면)'에 내려 앉혔다. 우주 강국 소련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순간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에서 이준석·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말씀이 정확하다. 어려운 도전"이라면서도 "어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려우니까 도전하겠다"고 답했다. 케네디 연설 워딩이 오버랩된다. 내년 총선에서 바람이 불지 안 불지는 지켜 볼 일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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