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에 기술연구원 설립하는 포스코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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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7 06:56  |  수정 2023-11-17 06:57  |  발행일 2023-11-17 제27면

포스코홀딩스가 경기 성남에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분원을 설립한다. 포스코는 성남시 위례지구에 4만9천308㎡의 연구원 건립 부지를 확보했다. 부지 면적만 따지면 지난 4월 포항에 개원한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보다 24배 큰 규모다.

미래기술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수소 및 저탄소에너지, 인공지능 등 3개 연구소 체제를 통해 포스코그룹의 미래사업을 담당한다. 신기술을 창출하고 신성장 동력을 제안하는 두뇌 역할이다. 포스코의 수도권 분원 설립은 균형발전에 정면으로 배치(背馳)된다. 지역 고급인력 수급의 책무를 팽개친 도발이며, 포항 중심 운영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지난 2월 포스코-포항시의 합의 파기다.

포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김정재(포항북구) 의원은 15일 성명서를 내고 "수도권 분원 설립 계획을 즉각 백지화하고 포항 중심으로 미래기술연구원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김병욱(포항남구-울릉) 의원은 "향후 사업비까지 고려하면 조(兆) 단위 투자를 수도권에 추진하겠다는 고집"이라며 "포스코를 일군 지역 희생에 대한 배신"이라고 성토했다.

"포스코그룹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포항 본원의 기능은 변함이 없다"는 포스코의 변명도 가관이다. 제조현장과 연계된 양산단계 연구만 하는 포항의 미니 본원이 컨트롤타워? 연구원의 핵심 기능인 우수대학 및 연구기관, 실리콘밸리 등 해외연구거점과의 협업을 통한 연구는 수도권 분원이 맡는다고 한다. 전국 2시간대 생활권에다 인터넷망이 그물처럼 깔린 시공(時空) 집약시대다. 수도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포스코 수뇌부의 인식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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