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의 '대구 규정', 정치 의중 넘어 새겨들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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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0 07:02  |  수정 2023-11-20 07:03  |  발행일 2023-11-20 제23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 17일 대구 방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정치 데뷔'에 다름없다는 평가 속에 총선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해 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관측에다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란 소식마저 들렸다. 한 장관과 법무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종의 팬덤을 형성한 한 장관은 야당 민주당의 최대 '정적'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민주당은 국민 공감대와는 별개로 한 장관 탄핵카드마저 꺼내 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대구를 규정한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한 장관은 스스로 대구시민을 존경하는 이유로 먼저 대구가 6·25전쟁 중 단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전쟁의 폐허 이후 산업화를 진정 처음 시작했고, 또 다른 나라와의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 대구시민이라고 했다. 심지어 대구 더위를 잘 이기는 시민들이라 더 존경한다고 했다. 정치적 '립 서비스' 혹은 보수 TK(대구경북)부터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는 차치하고, 한 장관처럼 외지인이 대구의 정체성을 이처럼 진중히 또 적확히 공개적으로 규정한 사례가 있을까 싶다. 그러기에 지역민의 입장에서 그의 발언은 울림이 있었다. 수구적 퇴행적이고 1인당 총생산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에 앞서, 역사는 대구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사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선호를 떠나 한 장관의 대구 규정은 대구의 명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속의 도시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을 새삼 일깨운 장면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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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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