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내 안의 우주

  •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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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2  |  수정 2023-12-12 11:13  |  발행일 2023-11-22 제19면

김소희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밝음이 창조되었다. 칠흑 같은 어두움과 만사가 환히 보이는 밝음으로 사람들은 세상을 느끼고 인지한다. 밝음과 어두움은 세상을 구별하는 최초의 감각적인 요소이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해가 빨리 진다. 날이 빨리 어두워진다. 보고 느끼고 할 것이 많은데 뭔가 모자란 느낌이다.

아침이다. 밝은 하늘을 본다. 하늘을 배경으로 그 속에 커다란 우주가 쏟아질 듯, 하늘이 그 환함을 반사하고 있다. 하루 종일 날씨가 좋다. 우주는 기분 좋은 하얀빛 덩어리이다. 하늘이 우주 같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어두워진다. 세상과 우주, 하늘은 어둠 속에서 하나로 느껴진다.

밝음과 어두움은 세상을 분별하는 기본 척도이다. 명도(明度)는 눈이 느끼는 밝기의 정도로 물체의 색이나 빛의 색을 구분한다. 영어로는 'Value'인데 그 단어가 가지는 뜻은 가치판단의 기준, 비교하여 가치를 매긴다는 의미이다. 밝고 어두운 것은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명도는 주변과 함께했을 때 확실하게 드러난다. 색은 다른 색과의 대비로 인지되기 때문에 그 밝기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밝으면 우주가 더 잘 보인다.

오래전,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아들이 나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엄마, 나중에 엄마는 위인전에 나와?" 하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엄마가 아들 눈에는 그럴듯해 보였나 보다. 살짝 당황하고, "응, 당연히 우리 아들 위인전에 엄마로 나오지." 활짝 웃었다. 순간 내 안의 세상이 더 밝아진다.

눈을 감고 내 안의 우주를 들여다본다. 무엇이 보이는지 눈을 감아보라. 앞에 보았던 것이 잔상으로 어둠 속에 머물렀다 그대로 흩어진다. 내 안의 우주를 밝고 어두움으로 느낀다. 내 우주의 주인은 나인데 때로 주인공이 바뀌고 주변인이 되는 행복감을 체험하면 그 우주가 더 밝아진다. 나의 우주, 너의 우주, 모두의 우주를 그대로 자랑스러워한다.

눈에 보이는 하늘보다 훨씬 큰 우주, 나의 우주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밝은 사람, 나에게 밝음을 주는 사람, 내가 밝음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내 아들의 우주에는 엄마가 나오고 나의 우주에는 내 아들이 주인공이다.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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