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당신의 지능이 71이라면?

  • 김혜진 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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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7  |  수정 2023-12-11 15:36  |  발행일 2023-11-27 제14면

김혜진
김혜진 (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눈치를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필자의 글은 대부분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필자는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인을 판정하는 기준은 지능지수(IQ)인데, IQ 86~119는 평균이며, 70 미만은 지적장애인으로 판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경계선 지능인은 이 사이에 있는 70과 85 사이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 미치지 못하는 인지능력으로 학업이나 학교 적응, 정서적,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우 톰 행크스가 연기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도 경계선 지능인이다. 경계선 지능인은 인구의 약 13.6%(지능 정규 분포곡선, 미국 정신건강의학회 DSM)로 7명 중 1명에 해당한다. 그들의 삶 또한 경계선 지능이라는 이름처럼 아주 가는 경계선에 발을 딛고 서 있다.

얼마 전 한 학부모님과의 상담이 있었다.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나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는 경계선 지능이었지만 중학교 때 지능이 낮아져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상황이었다. 아이는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다. 장애 등록이 되어 있던 아이는 특수학교 전공과에 입학하여 장애인으로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 서류를 준비하면서 지능검사를 다시 진행하게 되었는데, 아이의 지능이 71로 평가되었다. 1점 차이로 아이는 발달장애에서 경계선 지능인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는 이제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점만… 1점만… 낮게 받았다면…" 아이의 어머니는 상담 시간에 눈물을 흘리셨다.

"선생님, 저와 아이는 장애인으로 살았던 지난 3년이 가장 행복했었어요. 어디에 속해있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이 보이잖아요."

최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콘텐츠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마지막 에피소드에도 경계선 지능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아이의 지능검사지를 받아 들고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에게 평범하게 살아가라고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요."

점수로 아주 얇은 선을 긋는 것을 그만하자. 우리 사회가 모두에게 커다란 면이 되어 안정적으로 발을 디딜 수 있길 바란다. 누구나 자신의 속도에 맞는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혜진<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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