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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논설실장 |
국민의힘이 수도권 민심에 절박한 것은 이해가 된다. 지난 2022년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 빼고는 거의 전멸했고,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는 17% 표차로 참패했다. 표심을 난도질할 폭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김포 서울편입 카드가 고양시, 구리시, 하남시까지 통째로 편입하자는 안으로 비화됐다. 비(非)수도권 지역에서는 이걸 놓고 서울 일극(一極)주의니 뭐니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그렇게 흥분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서울은 일극이 돼 있고, 주변 위성도시들은 행정구역만 다를 뿐 사실상 수도권 출퇴근 시민이 돼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시민이 지방선거 투표용지에 서울시장 아닌 경기도지사 후보가 나열돼 놀랐다는 우스개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행보로 GTX(광역 급행철도망)에 승선했다. GTX는 지하 100m 깊숙이 땅굴을 뚫고 레일을 깐다. 성남 분당, 수원, 인천, 일산을 강남 등지의 서울 도심과 직결하는 프로젝트다. 돈이 얼마 드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 하여간 다 뚫으면 수십 조원이다. 서울에 한 번씩 가보면 이게 필요하다는 동정심도 든다. 출근하는데 1시간30분은 양호하고 운 나쁘면 2~3시간도 걸린다니 직통 철도라도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코리언'의 인구 소멸을 세계 석학들이 불가사의하게 본다고 했던가. 출생률 그래프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한다. 올해 2분기 0.701명이다. '종족보존 2.1'은 이젠 꿈의 숫자가 됐다. 멸종위기종(種)이 됐다는 뜻이다. 출생률에서 서울은 최악이다. 0.53명이다. 모든 게 서울 집중인데 출생률은 최저? 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어 애 낳을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애를 낳을 시간이 없는 것'이라고.
신문을 보다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달빛철도, 그러니까 대구-광주 철도(198.8㎞) 건설안을 조롱했다. 인구 감소 지역에 무슨 11조짜리 철도냐고 정색하고 시비를 건다. 비용 대비 편익, 즉 경제성도 없는 철도에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한 예산 퍼붓기라며 맹비난했다. 또 다른 신문은 사설까지 등장시켰다. 제목은 '무방비로 폭주하는 11조원 고속철'이다. 누가 똑같은 자료를 뿌렸는지 논거가 완전히 같다. 달빛철도 예산을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쪽이 그런 논리를 제공했다는 의심도 든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헌정사상 최대인 261명의 여야 의원이 찬성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인구 237만 대구와 인구 142만 광주는 세계적 수준에서도 엄청 큰 대도시인데 그런 도시가 서로 격리돼 있다는 것이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국토 인프라 구조인가 하는 반문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2038년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란 명분도 얹혔다. 이걸 서울 언론이 경제성 운운하며 딴지를 거는 것이다. 경부선, 서울-부산의 철도를 깐 일본 제국주의가 경제성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고 만들었다는 소리를 난 들어본 적이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세계 선진국가는 철도망이 방대하다. 일본은 철도의 나라답게 오사카와 고베, 교토 같은 지방도시도 촘촘히 연결한다. 프랑스는 전 국토에 무려 3만㎞의 철도망을 깔았다. 수도권론자들이 앉아서 비수도권 인구만 빨아가는 GTX는 환호하고, 달빛은 촌동네 철도라며 경제성 타령을 하고 있으니…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지금 3만달러 박스에 갇혀 있고 출생률은 자꾸만 급전직하하는 것이다. 달빛 철도, 닥치고 GO!
논설실장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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