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소송 대란

  • 마창성
  • |
  • 입력 2023-11-29 06:50  |  수정 2023-11-29 07:05  |  발행일 2023-11-29 제27면

경북 포항 촉발지진을 겪은 시민들에게 위자료(200만~300만원)를 지급하라는 1심 법원의 판결 이후 포항이 아주 어수선하다. 변호사들은 추가소송에 나서려는 시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홍보전에 돌입했고,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북새통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하루 평균 600건 안팎이었던 주민등록초본 발급건수는 최근 20배 정도 급증한 1만2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류 발급 외에도 소송 관련 문의사항을 상담하기 위해 시는 안내창구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진 당시 포항 인구가 51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서 소송을 제기한 시민 약 5만명을 뺀 46만명이 향후 추가로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그야말로 소송대란이 발생한다. 자칫하면 누가 이기든 무의미한 '소모전'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포항시는 국가 차원의 '일괄 배상'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항소를 포기하고 일괄 배상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법리를 다퉈 보지도 않고 배상한다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지진의 성격을 따져 본다면 이 같은 요구가 무리는 아니다. 포항촉발지진은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사업'이라는 국책사업을 하다 빚어진 참사여서 그렇다. 이참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 규정이 빠진 포항지진특별법 개정을 통해 전 시민이 소송을 하지 않고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과 지역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힘을 기대해본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기자 이미지

마창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