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디카' 찾는 Z세대…"요즘은 저화질 사진이 더 트렌디해"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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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4  |  수정 2023-12-05 19:54  |  발행일 2023-12-04 제2면
젊은 여성들 사이서 똑딱이·피처폰 등 저화질의 오래된 디카 유행

걸그룹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시작…상태 좋은 제품은 20만원에 판매

전문가들 "아날로그 제품, Z세대가 느끼지 못했던 감성 자극"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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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디카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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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디카로 촬영한 사진. 독자 제공
대학생 김모(23·여) 씨는 최근 오래된 중고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를 구매했다. 김씨는 "요즘은 저화질의 사진이 오히려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것 같다.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고, 마치 2000년대 대학생이 된 듯한 느낌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오래된 디카를 하나씩 장만하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1020 Z세대에서 빈티지 디카가 대세다. 2000년대 '똑딱이'라 불리던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나 피처폰 등 오래된 저화질 디카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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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가 '빈티지 디카' 열풍을 쏘아올렸다. 사진은 뉴진스의 '디토(DItto)' 뮤직비디오. 인터넷 캡처
유행의 시작은 걸그룹 뉴진스가 발표한 '디토(Ditto)' 뮤직비디오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해당 뮤직비디오는 2000년대 초반이 연상되는 연출이 담겼다. 뉴진스의 멤버들이 빈티지 디카를 활용해 촬영을 하고 오래된 TV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재생하는 장면이다. 레트로한 감성을 띠는 이 장면은 선명한 화질과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한 Z세대가 빈티지 디카에 관심을 갖는 불씨가 됐다.

대구 중구에서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는 박재흥 빅카메라 대표(58)는 "최근 옛 디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루에 3건은 문의가 들어온다"면서 "주 고객은 10·20대 여성들이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카메라를 수리하러 오는 중·고등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올라온 '빈티지 디카' 게시물. 번개장터 캡처
빈티지 디카 열풍은 중고거래 가격도 끌어올렸다. 단종됐기 때문에 공급은 한정됐지만 수요는 많다. 3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빈티지 디카'를 검색하니 1천600여개의 게시글이 나왔다. 상태가 좋은 제품은 20만원까지도 볼 수 있었다. 2007년 삼성전자가 선보인 '고아라폰'도 중고로 1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애플이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7 중고가와 비슷한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빈티지 디카가 Z세대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자극했다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을 일찍 접한 세대라 그간 이성에 비해 감성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을 것이다. 빈티지 디카는 비교적 아날로그 제품으로 감성을 주는 요소인데, Z세대에겐 생소해 더욱 관심을 받는 것"라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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