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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은〈공연 칼럼니스트〉 |
2023년, 한국 창작 뮤지컬 세 편이 쇼케이스 형태로 런던에서 공연됐다. 이지뮤지컬컴퍼니의 'You and AI(한국 공연명 유앤잇)', 아이엠컬처의 'Red Book(레드북)', 라이브의 'Marie Curie(마리 퀴리)'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이 주목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세 뮤지컬 모두 한국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거치며 많은 관객을 만났고 여러 상을 받은 바 있다. 많은 것을 갖췄던 공연에서 화려한 무대나 조명, 의상을 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완성된 공연을 볼 때와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언어는 바뀌었지만,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정은 다듬어진 음악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각 공연의 쇼케이스는 연습실이나 스튜디오에서 배우들이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영국에서 캐스팅한 다국적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하고 노래했다. 2인극 'You and AI'는 건반에 현악기 연주자 5명으로 음악을 강조했고, 'Red Book'은 몇 가지 소품과 움직임을 사용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 뮤지컬들은 영국 제작사나 프로듀서와 작품을 함께 만들며 '현지화'를 꾀하고 있다. 세 작품 모두 한국 작가가 쓴 대본을 영어로 번역해 영국 극작가나 드라마투르그가 대사와 가사로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음악과 엮인 가사를 음절과 어순이 다른 영어로 바꾸어 다시 음악에 맞추는 것은 의미 전달을 넘어서는 까다로운 작업일 것이다.
게다가 언어가 바뀌는 것은 문화와 정서까지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에서 자신이 모국어로 쓴 글까지만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쓰며 '번역된 작품은 해당 언어권 문화의 일부가 된다'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아이엠컬처가 국내 뮤지컬과 별개의 '레드북' 프로덕션으로 해외 유통을 시도하는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흥행시킨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11월27일 영국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 정상 회의에서 공연 산업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원작 영화의 10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린 뮤지컬 '라이언 킹'을 예로 들면서 극장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세계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은 공연장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해외에 진출하는 작품들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며 국가 경제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돼 다양한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 세계 곳곳에 소개되기를 바란다.
정재은〈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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