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오렌지 카드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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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7 06:46  |  수정 2023-12-07 06:59  |  발행일 2023-12-07 제23면

'오해(誤解)는 인생의 일부요, 오심(誤審)은 경기의 일부다.' 당하는 쪽에선 분하겠지만 뭐 어쩌겠나, 때론 세상사 너그럽게 보아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평정심(平靜心)을 갖기란 쉽지 않다. 축구 예다. 대한민국은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멕시코 월드컵(1986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예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자주 우리의 발목을 잡은 나라는 이스라엘(지금은 유럽축구연맹 소속)이었다. 1977년 텔아비브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 한국 대(對) 이스라엘전은 오심의 레전드로 전해진다. 한국이 눈 뜨고 코 베였다. 차범근의 절묘한 크로스를 김진국이 받아 다이렉트 슛을 시전했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 누가 봐도 명백한 골인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주심의 최종 선언은 '노골'. 이튿날 이스라엘 신문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골이었으나 심판이 외면했다'고 썼다.

축구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번의 결정적 오심이 해당 선수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옐로 카드만 해도 충분한 걸 오심에 의해 레드 카드 판정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나.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최근 옐로 카드와 레드 카드의 중간 징계인 이른바 '오렌지 카드'를 이르면 24~25시즌부터 EPL 등에서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핸드볼·아이스하키와 같은 '일시 퇴장' 제도다. 옐로 카드를 가볍게 여겨 의도적 반칙을 일삼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축구 심판들이 '오심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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