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 김혜진 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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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8  |  수정 2023-12-18 08:30  |  발행일 2023-12-18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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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아이들에게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을 꼽으라면, 크리스마스를 외칠 것이다. 발달센터에도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장식을 달았다. 대기실 테이블 위에는 미니 트리와 오브제를 올려 놓았고, 예쁜 접시에 알록달록 지팡이 모양의 사탕과 쿠키를 잔뜩 쌓아 놓았다. 이 간식을 먹으면서 행복해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로버트 배리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를 읽었다. 한 저택에 아주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배달된다. 큰 트리의 꼭대기가 천장에 닿았다. 조금 잘라낸 후 잘라낸 조각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다. 그 사람에게 전달된 트리는 또 꼭대기 일부가 천장에 닿아 잘리고 다른 동물에게 전달된다. 그 트리 조각은 또 천장에 닿아 조각으로 다른 동물의 집에 가게 된다. 이렇게… 계속 반복이 되는데, 트리 꼭대기 조각은 서로의 집에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준다. 커다란 트리 하나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이와 함께 '내가 가진 크리스마스트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았다. 평소 나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이 되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실패 경험이 많고, 자기 효능감이 낮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천천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는 활짝 웃을 수 있어요."

웃음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자신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라고 했다. 나를 향해 활짝 웃음 지으며 치료실을 나가는 아이의 그 미소가 참 따뜻했다. 그 영향이었을까? 나도 다음 시간에 온 아이를 따뜻한 미소로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다. 버스 운전기사의 활기찬 아침 인사가 모든 승객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한다. 엄마의 따뜻한 아침 포옹이 아이에게 낯선 환경과 맞설 용기와 힘을 갖게 한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자신에게 있는 그것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12월이 되면 좋겠다. 또한 내가 만난 이들에게는 작은 친절과 사랑으로 나의 트리를 아주 조금씩 나누어보자. 모두가 그렇게 나누다 보면 수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전해져 누구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모두가 커다란 트리를 소유해서가 아니라 나누어진 작은 행복으로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김혜진〈작가·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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