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싱글노믹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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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25  |  수정 2023-12-25 06:57  |  발행일 2023-12-25 제23면

[월요칼럼] 싱글노믹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장준영 논설위원

1인 가구 증가세가 놀랍다. 2022년 기준으로 750만 가구를 돌파했으니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통틀어 이제 셋 중 하나는 1인 가구인 셈이다. 당연히 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사회적 현상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잠재된 걱정거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기존 주류였던 60대 이상 노년층에다, 2030세대가 대거 가세하면서 양극이 동시에 증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안부를 확인하거나 케어해 줄 누군가가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에다, 결혼 기피현상까지 심화되면서 1인 가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2018년 132만쌍이었던 신혼부부는 작년에 103만쌍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100만쌍 붕괴가 확실시되고 있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처음으로 30%를 살짝 넘긴 뒤 지난해 34.5%까지 급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9세 이하 비중이 19.2%로 가장 많고 70세 이상 18.6%, 30대 17.3%, 60대 16.7% 순으로 조사됐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 없이 혼자 살게 된 경우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홀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경우가 혼재한다. 2030세대의 1인 가구 급증은 수도권 일극화와 무관하지 않다. 1인 가구 42%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업이나 직장 등을 이유로 지방을 떠난 케이스다. 전남의 1인 가구 52%는 60대 이상인데 비해 서울의 1인 가구의 절반 정도는 30대 이하였다. 망국적인 수도권 중심의 폐해가 급기야 가구 형태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통상 4인 가구에 맞춰진 각종 정책의 방향전환이나 개선도 불가피해졌다.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는 행정보다 기업들이 월등히 빠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시장 선점을 중요시하는 업계에서는 1인 가구 급증을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인식한다. 새로운 시장이 열렸거나 확대된다는 의미다.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을 가진 가전제품에서부터 세탁서비스나 간편식 등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시간적·경제적·공간적 니즈에 부합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소형 조립식 주택 시장까지 꿈틀거리고 있으니 싱글노믹스가 의·식·주 전반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충 직잠하고, 그럴 것 같던 분위기가 통계나 수치로 구체화되면 현상에 대한 인식이 명확해지기 마련이다. 싱글노믹스의 성장 뒤편에 드리워지고 있는 다른 종류의 그림자는 쉬이 떨쳐지지 않는다. 1인 가구 속성상 개인별 여건이나 사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걱정과 고민을 해야 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 일반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은 한 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인구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면도날 같은 현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젊은 세대의 고충과 그들의 소망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터넷에는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나라님들은 관심이 없다'는 말이 돈다. 현시점에 걸맞은 촌철살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은 만병을 다스리는 출발점이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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