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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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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시가 급한 고준위방폐물법 처리…21대 국회의 책무다
고준위특별법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법이다. 2013년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시행 및 대(對)정부 권고안 제출을 시작으로 법안 통과의 필요성과 시급함이 줄곧 제기돼 왔지만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논의만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원전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습식저장조가 순차적 포화상태로 접어든다. 제때 방폐장이 건설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이 정지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폐장 건설에는 3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1대 국회의 생명이 한 달 남았다. 지난 4년간 당리당략에 함몰돼 지저분한 싸움을 이어간 것 말고는 기억나는 성과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준위방폐물법 통과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야 하는 이유는 남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폐기된다면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층 기울어진 여소야대 지형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과 세대 간 분열과 반목을 정치권이 교묘하게 조장하는 듯한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고준위방폐물법 통과를 위한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소식이 최근 들리지만 처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당과 탈(脫)원전 기조인 거대 야당의 시각차가 너무 큰 데다, 야당이 5월 임시국회에서 '채상병특검법' 등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미래와 발전이 당리당략보다 후순위로 취급받는 나라여서는 안된다. 웃기는 것은 고준위방폐물법이 여·야 모두 발의한 법안이라는 점이다. 21대 국회가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의원들에게 달려 있다.
[자유성] 소나무재선충병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좁은 의미로는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와 러시아 동부에서 자생하는 적송을 가리킨다. 고문서나 고서화 등을 통해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친숙하며 지조와 의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넓은 분포도를 자랑하지만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수십 년째 숙지지 않으면서 국토 곳곳의 소나무가 신음하고 있다.재선충이 소나무를 갉아 먹으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가 막히게 된다. 솔가지의 초록빛은 적갈색으로 변하며 보통 3개월 이내 시들고 말라 죽는다. 재선충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까지 잘려 나간 피해목이 1천500만 그루가 넘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재선충병 유행 극심단계인 대구·포항·밀양 등 6개 지역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돼 집중 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산림청은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생태특성 파악과 진단부터 방제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단계별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실제로 피해지역 18개 시·군·구가 청정지역으로 전환되기도 했으나 기후변화와 잦은 산불 등으로 인한 확산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소나무류의 밀도가 높고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종전환을 본격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점차 사라지는 소나무가 아쉽고 안타깝긴 하지만 건강한 산림 조성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조용한 퇴사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갈수록 낯설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세대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자신의 능력치를 끌어올린 뒤,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흔해졌다. 봉급생활자가 이직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연봉과 복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애사심과 충성심은 안정성과 연봉에서 나온다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직장인 절반 이상이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떠날 마음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아직 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면서 이른바 '조용한 퇴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용한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8~10년차 직장인 57.4%를 비롯, 전체 응답자의 51.7%(매우 그렇다 12.7%, 대체로 그렇다 39%)가 '그런 상태'라고 답했다.특히 응답자의 65% 이상이 동료의 '조용한 퇴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면서 응원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가치를 높인 다음, 현재보다 나은 대우를 받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일련의 노력들이 선순환되면 개인과 회사의 긍정적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에 대한 평판이 평생 따라다니는 만큼 옮길 때 옮기더라도 재직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51.7㎝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할까, 말까.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데 이번 꽃은 정말 지지리도 못생겼다. 정치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 그 꽃이 예뻐 보였던 기억도 없지만, 제22대 총선은 선거제도와 구도 자체에 심한 회의감까지 들게 만든다. 지역구 의원을 뽑는데 지역 현안은 겉돌고 존재감도 별로 없다. 천체물리에 등장해야 어색하지 않은 '위성'이 정당과 결합해 표를 달라고 떼를 쓴다. 법을 주무르는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 닥치고 따르라'는 겁박과 다름없다. 후보자의 능력과 포부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미래보다는 현재와 과거에 포위된 정치판은 수십 년째 견고하다. 자기 눈에 있는 대들보는 애써 감춘 채, 남 눈의 티끌만 찾아내서 갈라치기를 하는 정치가 그렇다.선거제도는 갈수록 난해하다. '정치공학' '선거공학'이란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다. 비례 위성정당은 뭔가. 외형은 거대정당들이 유불리를 철저하고 치밀하게 따진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속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호위무사' 기능에 충실할 것 같은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위성정당은 의원들을 빌려주는 윤리적 문제를 비롯, 거액의 국가 보조금과 그들만의 대표성 등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역대 최장인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 51.7㎝가 유권자들의 착잡하고 못마땅한 심경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을 바라보는 시각도 귀태(鬼胎)와 구원(救援) 사이일 정도로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분열의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조짐이 일고 있다.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총선은 지역과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할 의지와 자신이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자기 분수와 능력을 알고 체면이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항상 이론을 비웃는다. 능력 있고 사람이 참하다 해도 절대 권력을 가진 지도자의 구미에 맞지 않거나 색깔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의 꽝이다. 경상도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1992년 발생한 초원복국 사건을 계기로 지금껏 회자되는 레전드가 있다. '우리가 남이가.' 혈연·학연·지연을 아우르는 이 문구는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정치판 자체를 수렁으로 몰고 가는 데 일조했다. 굳이 분칠을 하자면 단합과 화합이고, 빨강 파랑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아주 유용하게 써먹는 카드이기도 하다.지난 5~6일 실시된 사전투표가 역대 총선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본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병역·입시 비리에 연루됐거나 지저분한 구설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소중하고 유의미한 집단지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정서도 팬덤정치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체면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우리가 남이가'의 확장판이다. 재판 중이거나 심지어 수감 중인 정치인이 보란 듯이 복수·탄핵·혐오·학살 등 막말을 쏟아내며 지지를 호소하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누가 보면 오랑캐와 왜구에 맞섰던 의병이고, 독립운동하다가 핍박받은 애국지사인 줄 착각하겠다. 예로부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랬다. 망국적인 양극단의 정치가 득세하면서 나라 걱정은 중도층만 한다는 이야기가 확 와닿는다. 좋든 싫든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투표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공공예식장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거나 개성 있는 결혼식 또는 스몰웨딩을 원하는 예비 부부들로부터 한때 관심을 끌었던 공공예식장의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 기대했던 것만큼 경제적이지 못한 데다, 이런저런 불편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예식비용이 일반 예식장에 비해 조금 저렴하거나 엇비슷한 데다, 웨딩 전문업체를 끼지 않으면 웨딩플랜·음향·식사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지는 물론,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공공예식장 활용은 정부 차원에서 독려했다. 여성가족부는 2016년 11월 서울·부산·대구 등지의 전국 15개소를 '대한민국 작은결혼식 으뜸명소'로 선정,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취지가 좋아서 반짝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지금은 15개소 중 절반 정도가 식장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또 기능은 유지하고 있어도 실제 예식이나 문의는 급감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극히 일부에서 다양한 혜택 제공 등을 통해 장려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별다른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저출산이 국가 차원의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예비 부부의 결혼식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가정을 꾸리려는 의지가 명확한 예비 부부가 공공예식장을 활용할 경우,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다른 정책보다 효율성이 클 듯싶다.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의 노력이 부럽고 돋보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과일지도
과일값이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의 문제인지, 유통의 문제인지 콕 집어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소비자들이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별다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사과나 배 등 국민과일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수입 과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지금은 수입이지만 20~30년이 지나면 국산으로 자리 잡을 과일도 상당수 있다.'과일지도'는 경북 사과·나주 배처럼 유명 생산지와 재배지역을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1~2년 사이 변화를 느끼거나 인식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10년 단위로 끊어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엔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 등 6대 과일의 재배 가능지 예측이 담겼다.통계청의 '과수재배 농가 및 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사과재배면적은 2010년에 비해 4천500㏊가 줄었다. 경북 등 주산지의 면적이 크게 줄어든 반면, 강원도는 정선·양구 등지에서 164% 증가했다. 배·복숭아·포도는 2050년 정도까지 재배지가 소폭 늘어났다가 감소하고,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30~50년 후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배·복숭아 등의 재배가 이뤄질 전망이다. 과일지도에서 거의 모든 작물의 재배지 북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맨스플레인
최근 영국 리버풀 인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여성 프로골퍼가 겪은 황당한 사례가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1천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골프 강사이기도 한 이 여성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스윙교습 영상을 녹화하던 중 뜻밖의 조언을 듣게 된다. 어떤 남성이 "스윙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는 골프를 20년 동안 쳤다"며 스윙을 바꿔보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소 무례해 보이는 이런 조언이나 충고를 흔히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고 부른다.'남성(Man)'과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인 이 말은 2010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권위 있는 태도로 가르치듯 설명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 여성들이 더 잘 알고 있거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까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물론, 일부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남성에 국한해 일반화했기 때문에 또 다른 성차별 또는 성 대결이라는 비판도 있다. '우먼스플레인'이라는 상대적 합성어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진심으로 도와주거나 알려주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의 언행이었으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자기 의견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강요하는 것은 불편하고, 때에 따라서는 폭력적일 수도 있다. 맨스플레인이 남성 우월적 사고에서 비롯됐다고는 하나, 이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로 보는 게 합당하다. 좀 아는 척하면서 나대는 사람들은 강호에 고수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연두색 번호판
차량번호판의 숫자나 색깔·글자에는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번호판 개편에 따라 태극 홀로그램과 함께 KOR가 표시된 차량을 기준으로 보면 맨 앞의 숫자 세 자리는 승용차·승합차·화물차·특수차 등을 구분한다. 중간에 있는 글자는 비영업용·영업용(일반·택배·렌터카)과 같은 용도를 나타내며 마지막 네 자리 숫자는 차량 고유번호로 보면 된다. 색깔의 경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흰색은 일반 차량이다. 노란색은 영업용이며 하늘색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부착된다. 올해부터는 연두색이 추가됐다. 8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법인차를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고가의 법인 승용차 사적 이용 방지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물론 8천만원을 웃도는 국산 차도 있긴 하지만, 주로 고급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한 뒤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고 유류비 등 세제 혜택을 누리는 '꼼수'가 잦다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지난 1월 말 현재 연두색 번호판을 단 전국의 법인 차는 1천661대였다. 인천이 서울(169대)보다 정확히 2배인 338대로 가장 많았고 부산(307대)과 제주(193대) 순으로 집계됐다. 대구는 104대, 경북은 22대였다. 법인 상당수는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 연말 고가의 수입차를 서둘러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3년 이후 1월 판매량 가운데 올해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가 뒷받침한다. '연두색 번호판'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장준영 논설위원
[월요칼럼] 대구경북産 '메기'는 어떨까요
미꾸라지를 운송할 때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는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쁘다. 상황이 해제될 때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도착해서도 생기를 유지한다. 이를 경영에 접목시킨 것이 흔히 말하는 '메기효과(Catfish Effect)'다. 만만찮은 상대가 출현했을 때 기존 기업들은 경쟁력 유지와 함께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건전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득이 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품질 및 서비스 개선이나 가격 인하 등이 그렇다. 담합보다 경쟁이 바람직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특히 해당 분야가 철옹성 같은 구도를 꽤 오래 형성해 왔다면 메기의 등장은 새롭고 신선하다. 업계엔 긴장감을 불어넣고 소비자들에겐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에 '메기'를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들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다양한 검토를 통해 마련된 방안 가운데 하나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다. 은행업의 핵심은 예금과 대출이다. 전체 은행권 대출·예금의 70% 정도는 전국 영업망을 가진 5대 시중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과점적 구조 아래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 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의 수익을 달성했고 상당 부분을 성과급이나 배당으로 지급했다. 자본확충·벤처투자 등 미래를 위한 활용이나 국민들께 환원하는 부분이 기대치 이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각이다. 또 비슷한 금리나 상품을 팔고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 경쟁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허용을 공식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이 같은 취지에 화답한 것은 대구은행이다. 현재로선 유일하다. 전국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금융위원회 발표 10여 일 만에 '시중은행 전환 TFT'를 구성할 정도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은행산업을 언제든지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마땅하고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와 관련된 명시적인 규정이 은행법령에 없고 과거 사례도 전무하기 때문에 당국의 심사숙고는 당연하다.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심사는 엄격·투명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다만, 정부가 먼저 방침을 천명하면서 강한 추진 의지를 수차례 보인 만큼 빠른 결론을 내는 것도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가 된다.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대구경북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전국구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자금공급 확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가 실현될뿐 아니라 대구은행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이는 지난해 11~12월 대구상의와 포항상의가 밝힌 입장과도 결을 같이한다. 대구은행 측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본점 이전이나 지역 홀대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최근 제4대 DGB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1월 행장 취임 직후 시중은행 전환 밑그림을 그렸다. 대구경북을 본거지로 하는 '은행권 메기'를 자처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려는 그의 승부수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장준영 논설위원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
건강관리를 쉽고 즐겁게 한다는 '헬시 플레저'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열풍에 가까운 수준이다. 예전처럼 이를 악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가미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SNS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과정과 변화를 수치와 사진으로 공유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에너지를 얻는다. 바람직한 건강습관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역시 즐거움의 연장 선상이다.다이어트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범답안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절제와 인내를 강요받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칼로리가 낮은 대체식품에 열광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선호한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운동이 습관화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100일의 벽'으로 불릴 정도로 만만찮다.재미를 붙이고 효과를 느끼기 시작하면 즐겁다. 제로 슈가제품을 비롯해 칼로리가 낮은 곤약 떡볶이나 두부면 파스타·단백질 음료 등 식이관리를 돕는 식품이 수요에 반응하고 있다. 탄산음료나 커피 대신 차를 마시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헬시 플레저에 대비되는 개념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에 길든 사람들이 아직 많다. 안 좋은 줄 알지만 우선 편하고 자기만족이 크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헬시 플레저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논설위원의 직터뷰] 김제덕 양궁 국가대표 "마치 숙제 같은 개인전 정상, 올여름 파리서 끝낼 겁니다"
"파이팅, 코리아 파이팅!"이 한마디 외침으로 국민들 뇌리에 깊게 박힌 운동선수가 있다. 앳된 얼굴에 상기된 모습으로 간절함이 담긴 이 장면은 올림픽 금메달로 마무리되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긴장감 해소 차원에서 해보고 싶었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단순한 시도였는데 최상의 결과로 연결됐다. 초등학생 때 엉겁결에 활을 잡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미처 몰랐던 승부사 기질이 발현된 데다, 자기만족에 철두철미한 성격이 오늘을 있게 했다. 전 세계 체육인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올림픽 정상의 꿈을 경북일고 재학 시절 일찌감치 이뤘지만 시상대 맨 위에 계속 오르고 싶은 그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조 신궁'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와 윤옥희 경북일고 코치에 이어 '활의 고장' 예천의 계보를 잇고 있는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20·예천군청)의 이야기다. 하루 평균 700발 안팎 활시위 당기며 한국 男양궁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금빛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단체 金 불구'시상대 맨위'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적당히'라는 말 가장 경계…자신과 싸움"일단 대표선발전 3위 내 들기 위해 최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도쿄올림픽이 당초 예정대로 2020년에 열렸다면 포효하는 김제덕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손자 사랑이 각별했던 할머니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아버지가 그해 대표선발전 전후로 많이 아프셨다. 게다가 지독한 연습벌레에게 찾아오는 숙명 같은 부상이 한창 그를 괴롭힌 탓에 선발전 통과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2024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즈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1년 순연됐다는 소식이 거짓말처럼 전해졌다. 기회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를 찾아왔다. 양궁에서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여겨질 만큼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열하다. 2021년 4월 최종 2차 평가전에서 우여곡절 끝에 3위를 차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김제덕은 한국 남자 양궁 역대 최연소(만 17세3개월) 출전이라는 기록을 썼다. 경북일고 2학년 때의 일이다.김제덕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5세 무렵, 아버지 고향인 예천으로 내려와 조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 아래 성장했다. 예천초등-예천중-경북일고를 졸업했고 현재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 활약 중인, 말 그대로 '예천인'이다. 예천초등 체육시간에 진행된 양궁부 모집 때 친구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손을 든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때까지 활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쉬이 싫증이 날 법도 했으나, 어느 날부터 선배들의 슈팅자세가 멋있어 보였고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승부욕이 발동하면서 청춘을 걸 만큼 양궁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차린 양은영 코치의 섬세한 지도에 녹아들면서 촉망받는 궁사로 성장을 거듭했다. 손끝의 감각을 익히고, 또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중학생 때까지 하루 평균 700발 안팎을 쐈을 정도로 독한 면을 갖고 있다. # '재능 0%, 노력 100%'라는 겸손한 천재어떤 자리든 정상에 오르려면 재능과 노력을 겸비해야 한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극단적인 치우침으로는 얻을 수 없는 위치다. 김제덕은 자신의 재능을 절대 앞세우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노력했고 운이 따라줬을 뿐이라고 한다. 땀 흘리지 않는 천재에게 한계가 있는 것처럼 재능 없는 노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궁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TV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했을 정도로 일찍 자질을 주목받았음에도 불구, 노력이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산다. 그는 '적당히'라는 말을 가장 경계한다. 거의 매일 자신과 싸움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당히'는 불안감을 키우고, 그 불안 때문에 뭔가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스스로 한 약속, 스스로 정한 목표와 어정쩡한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그에겐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추상같은 엄격함은 간혹 예기치 못한 화를 자초할 때도 있다. 김제덕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어깨 충돌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어깨회전근개를 반복적으로 과하게 사용할 때 찾아오는 질병이다. 괜찮다 싶을 정도로 회복되는 데까지 꼬박 3~4개월이 걸렸다. 선수생명과 직결되는 현실적 위기감을 제대로 느꼈다. 이를 계기로 훈련도 중요하지만 쉼을 적절히 병행해야 좋아하는 활을 오래 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제덕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예천을 찾는다. 주위에서 효자라고 주저 없이 치켜세울 정도로 할머니와 아버지께 지극정성이다. 그리고 진호국제양궁장 방문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문형철 예천군청 감독(전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이나 김미라 예천군 체육사업소장 등을 만나 가족과 고향, 그리고 양궁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서적 안정과 함께 새로운 힘을 충전한다.# 당장 목표는 2024파리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은 전부 목에 걸어봤다. 그런데 여전히 배가 고프고 뭔가 허전하다. 개인전 금메달이 없어서일까? 김제덕에게 개인전 정상은 마치 숙제 같다. 해야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너무 하고 싶은 일이다. 겉으로는 아직 젊으니까 하나씩 이뤄가면 된다고는 하나, 속내는 올여름 파리에서 숙제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의 경쟁이 여전히 부담스럽긴 하다. 그런데 반복의 힘과 학습효과는 생각보다 실속있고 강했다. 여러 번의 선발전을 거치면서 냉혹한 승부세계에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양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실을 그는 이미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양궁선수라면 표적지가 유혹하는 한가운데 노란색(골드)을 선호할 법도 한데, 김제덕은 파란색을 좋아한다. 실제 쏘는 화살의 깃털도 자신이 고른 파란색이다. 훈련에 지치고 가슴이 답답할 때 가끔씩 찾는 바다가 편안함을 준다는 게 이유다. 좌우 시력이 2.0인 그는 슈팅할 때 왼쪽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는 습관도 있다. 도쿄올림픽 2관왕을 차지하면서 주민등록증이 나오기 전에 병역특례를 받았고, 운전면허를 따기도 전에 승용차를 포상으로 받은 사실이 회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 연말에는 그동안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 준 고향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예천군청을 방문,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래저래 스토리가 많은 김제덕의 올해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남자 및 혼성 단체전 금메달과는 별개로 개인전 시상대 맨 위에 서서 태극기를 보며 애국가를 듣는 것이다."일단, 파리행 비행기에 타려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 장담할 수는 없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운까지 따라줘서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병원에 계신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분에 넘치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고향분들을 비롯해 감독 및 코치 선생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3대 메이저대회 양궁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전부 목에 걸어봤던 김제덕은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정상에 오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2021년 7월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김제덕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설] 화물차 공영차고지 절실…市·달서구 남 탓만 할 텐가
대구시내 9개 구·군 가운데 화물차 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곳은 달서구다. 아무래도 성서산업단지의 영향이 크다. 내륙 물류의 핵심이 화물차이기에 일반적으로 산단 주변의 화물차 통행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적정한 주차공간이 없으면 이런저런 문제가 야기된다. 별도의 차고지가 없는 화물차는 불법주차를 하기 마련이다. 특히 산단 인근에 학교나 주택가가 있을 경우 교통흐름은 물론, 안전에도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현재 대구에 등록된 화물차는 2만2천381대였고 달서구는 6천127대로 전체의 27.37%를 차지했다.성서산단 주변의 화물차 밤샘주차는 고질적 현안이다. 공영 차고지 건설을 두고 대구시와 달서구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달서구는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인 만큼 기초단체 형편으로는 대구시의 지원 없이 추진이 어렵다고 하고, 시는 달서구의 구비 확보 등 의지가 중요하다고 응수하는 모양새다. 밤샘 주차로 인한 문제해결을 위해 달서구는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 및 공청회 개최와 함께 부지 물색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매번 막대한 사업비에 발목이 잡혔다.대구시는 무엇보다 달서구의 사업추진 의지 및 실천을 강조한다. 먼저 부지를 마련한 뒤 구비를 확보하면, 시의 재정을 고려해서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행정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시민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전은 물론, 소음이나 공해 등 환경과 관련된 사안이기도 해서 해결책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대구시와 달서구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부고] 이창호(영남일보 논설위원) 장모상
△손정수씨 17일 별세, 최혁재(외교통상부 주 스페인 한국대사관 참사관)·영숙·명숙·정옥·순옥·현숙·은수씨 모친상, 임지향씨(서울 은평 성모병원 의사) 시모상, 이위상(전 경일여중 교장)·배상훈(자영업)·김윤호(안동대 교수)·이창호씨(영남일보 논설위원) 장모상=발인, 20일 오전 9시20분 대구 수성구 모레아장례식장 103호. 장지, 경주시 천북면 선영.
[자유성] 오픈런(Open Run)
언젠가부터 생활 주변에서 자주 언급되며 친숙해진 단어가 있다. 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줄을 섰다가 오픈과 동시에 뛰어 들어간다는 오픈런이 그렇다. 그런데 사전적인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신조어인 셈이다. 오픈런은 원래 뮤지컬이나 연극 등에서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하는 공연(상영)'을 뜻한다. 폐막일을 정해 놓고 하는 리미티드런(Limited Run)의 반대 개념이다.국내에서의 오픈런은 한정판 등 희소성이 있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맛집 또는 핫플레이스에서의 매진·웨이팅·입장 제한 등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일컫는다. 성공하면 번거로움과 수고의 대가로 경제적 이득이나 만족감·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명품이나 잡화·시계 등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오픈런의 대명사처럼 인식된다. 상당수는 애용이나 소장을 위해 줄을 서지만 일부는 재판매를 통한 이익을 목적으로 오픈런 대열에 합류하기도 한다.최근 들어서는 '소아과 오픈런'이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리면서 부모들의 걱정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10년 사이 74% 급감했다. 또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는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병원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수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타과로의 전환 움직임이 심상찮다. 다른 건 몰라도 '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이른 시일 내에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장준영 논설위원
[자유성]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이미 2017년 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내년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면허 소지자의 고령화 역시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본격적인 '마이카시대'로 돌입하면서 면허 취득 붐이 일었고 수십 년 세월이 흐른 만큼 고령 운전자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이런 가운데 고령 운전자와 연관된 교통사고가 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로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2천916명 중 709명(24.3%)은 65세 이상 운전자 관련 사고였던 것으로 분석됐다.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 원인으로는 시력·청력 저하를 비롯해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판단력·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예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나 그런 경험을 했다면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해서라도 운전능력을 냉정하게 점검한 뒤 면허 반납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 도로교통공단은 만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권유하고 있고 만 75세 이상일 경우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다.대구시자치경찰위원회 등이 지난해 12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시민 10명 중 8명 이상은 고령 운전자 면허반납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70세 이상 어르신이 면허를 반납하면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통상 10만~2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하지만 반납 혜택에 큰 메리트가 없는 데다, 반납 이후 이동에 따른 불편이나 고립감 등도 상당해 반납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정책 효과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식개선과 함께 보상확대가 요구된다. 장준영 논설위원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경북대·영남대 의대 증원 규모 조정…대구경북 의대 정원 575명 전망(종합)
출구 못 찾는 의대 증원 갈등, 결국 4월 넘기나…의료계 일각 "증원 백지화 없이는 협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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