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더티 딜(Dirty Deal)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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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8  |  수정 2025-02-28 07:01  |  발행일 2025-02-28 제26면

[장준영 위원의 세상 들여다보기] 더티 딜(Dirty Deal)
디지털 논설위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4일로 개전 3년을 넘어섰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무고한 희생을 수반하고 삶의 질을 나락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평화를 염원하는 대다수 국가는 하루빨리 종전이 되기를 기원하며 자신들의 능력과 크기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 등과 함께 힘을 합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런데 바통을 넘겨받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는 경악할 수준으로 돌변했고 거칠어졌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위해서라면 동맹도 동맹이 아니고, 적도 적이 아닌 상황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차곡차곡 형성된 글로벌 외교 및 경제 질서가 MAGA 때문에 파투나지 않을까 전 세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의지나 소신, 그리고 욕망 때문에 지구촌 전체가 술렁이는 일은 가당찮다. 그런데, 있어서도 안되고, 일어나기도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하필이면 그 사람이 수십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경찰국가'의 지위를 누려온 미국의 대통령이기에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캐나다 합병' '가자지구 인수 및 개발' 등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황당한 구상을 툭툭 던지는가 하면, 관세전쟁 방아쇠도 당겨버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임하는 방식은 야멸차다.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비롯, 유럽 우방을 배제한 채, 침략국을 두둔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으며 러시아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더티 딜(Dirty Deal)'이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국의 안위와 미래를 결정짓는 테이블에 당사자가 앉지 못하는 무력감과 서러움, 그리고 치욕은 우리도 구한말이나 6·25전쟁 막바지때 경험했던 터여서 익히 짐작된다. '이렇게 결정했으니 잔소리 말고 따르라'는 야만(野蠻)과 다름없다. 가시적 경제이익에 함몰돼 침략을 애써 묵인하거나, 침략국과 꼴사나운 밀월관계를 유지한다면 악당들에겐 새로운 면죄부가 될 수 있다. 1939년 독일 총통 히틀러가 불가침협정을 맺기 위해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에게 보낸 서한은 겉으로는 평화조약으로 선전됐다. 하지만 폴란드 분할 점령과 발트 3국의 소련 편입 등이 포함된 비밀의정서 존재가 드러나면서 대표적인 추악한 거래로 회자되고 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듯한 미국-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자의 이익에 약자가 희생되는 것은 역사일까, 운명일까.디지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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