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봉이 김선달

  • 남정현
  • |
  • 입력 2023-12-25  |  수정 2023-12-25 06:57  |  발행일 2023-12-25 제23면

속설에 따르면 조선 시대 희대의 사기꾼으로 꼽히는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이 자기 거라고 속여 밉상을 받던 상인들에게 거금을 받고 팔았다. 물론 바람잡이인 물장수들에게 사전에 돈을 주고 물을 사 가는 것처럼 역할극을 연출한 치밀함이 보태졌다.

내년부터 상수도 요금에 물이용부담금을 내게 된 경북 문경시민들이 마치 김선달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을 호소한다. 상수도 취수원을 옮긴 것도 아닌데 그동안 아무 탈 없이 써왔던 수돗물에 t당 17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 8월 준공한 영주댐을 빌미로 문경시의 취수원이 있는 내성천을 물이용부담금 부과 대상인 공공수역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문경시의회는 부담금 부과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기득수리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영주댐 건설로 문경시가 얻는 혜택은 없는데도 상류에 댐이 들어섰다는 이유로 기존의 물 이용 권리를 무시하고 부담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행여 봉이 김선달의 행동과 다를 게 없다는 반박처럼 보인다.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 지역의 주민 지원사업과 수질 개선사업 촉진을 위해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한강 수계인 수도권 지역에만 적용했다가 낙동강 등으로 확대했다. 징수한 부담금은 상류 지역 자치단체의 환경기초시설 설치나 상수원 주변 지역 주민 지원사업에 쓴다. 정부가 정당하게 거둬서 아무리 옳게 쓴다고 해도 기득수리권을 인정받지 못한 문경시민의 입장에서는 뭔가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기자 이미지

남정현

문경을 가장 잘 아는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