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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금 (시각예술가) |
2020년 겨울 끝자락. 막 봄을 준비하던 2월. 대구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히 전파돼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었고, 집에서 뉴스만 지켜보고 있었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하였다. 의료가 마비될 정도의 상황이 왔고, 한 의사가 도움을 호소하면서 전국의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자처하여 모여들었고, 방호복을 갖춰 입고 마스크를 쓰고 현장에 자원하였다. 방호복, 마스크 다 일회용품들이다. 위생과 안전을 위해 사용된다. 어느덧, 3년 넘게 이어지던 시간은 지나가고 일상은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다. 일회용품은 편리하고 이로운 곳에 쓰이기도 하지만, 환경문제라는 숙제를 안겨준다.
경비실에서 찾던 택배 물품들은 비대면 수령으로 전환되면서 집 앞에 배송되었고, 현재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손가락 끝으로 터치만 하면 휴대폰을 통해 원스톱의 쇼핑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손쉽게 물품을 구매하고 반품까지 할 수 있다. 내 집 문 앞에서 말이다. 편리하기 때문에 소비심리를 촉진시키고, 각 기업들은 제품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발 빠르게 경쟁한다. 그러면서 일회용의 소비재도 대량으로 소비된다. 소비의 촉진은 소비사회를 가속화시킨다. 나 또한 소비사회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대학원실에서 작업을 할 때 루틴처럼 거의 매일 커피를 마셨다. 문득 주변에 쌓여있는 커피 컵을 보면서 몇 개는 씻어서 연필꽂이, 각종 재료통으로 사용하고 나머진 폐기하였다. 세척을 하고 창가에 말리는 과정에서 투명하고 반짝이는 플라스틱 컵을 보았다. 빛에 의해 반사되는 시각요소는 창작물에 영감을 주었고, 지금까지 나의 작품에 사용되고 있다.
주변에 이러한 작업을 한다고 알리기 시작하였고, 카페사장님, 동료작가, 지인들이 동참해 주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이 모아졌다. 일일이 세척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어느덧 수행자처럼 받아들이고 열심히 세척하면서 뿌듯함도 느꼈다. 그러면서 나의 생활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작품의 소재이다 보니 버려진 컵들을 보면 지나칠 수 없었고, 소비하는 것에 신중해지기 시작하였다.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환경과 예술이 만났을 때 여러 제약과 고민들이 생긴다. 환경과 예술은 일상에서 함께할 수밖에 없으며, 나는 이러한 부분들을 작품을 제작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에피소드, 예술이야기를 독자 분들께 공유하고자 한다. 일상 속 예술과 환경에 대한 관점을 환기시키고, 긍정적인 참여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원선금<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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