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랑하는 연출가

  • 정창윤 극단 열혈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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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4  |  수정 2024-01-04 07:42  |  발행일 2024-01-04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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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윤〈극단 열혈단 대표〉

지금으로부터 며칠 전 문화부 기자님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문화산책 필진으로 섭외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기자님은 우선 문화산책에 대한 짧은 정보를 말씀해주셨고, 필자는 기자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화산책 필진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연극을 통해서만 사람들과 소통하는 내가 다양한 문화 주제의 칼럼을 통해 내 생각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니, 진정으로 설레고 흥분되는 신년의 시작이다. 이에 그 첫 번째 키워드로 현재 필자의 삶에 가장 큰 핵심인 현시대 연극과 사랑하는 연출가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부터 연극 연출가는 한 편의 연극을 연출하기 위해 희곡 작품의 주제, 성격 등을 분석하고,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을 감독하는 역할을 말한다.

나아가 희곡을 토대로 제작자와 협의해 극 중 배역에 알맞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각각의 디자이너들(무대와 조명, 음향 등)에게 자신의 해석과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시청각적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이다.

이렇듯 연극에서 연출가는 모든 파트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총 지휘자의 역할을 한다. 이 글만 보면 마치 연극이라는 매체에서 연출가는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연극을 통해 얻는 사랑을 독차지하는 욕심쟁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협업 과정을 가장 중시하며, 연출자가 다른 참여인들에게 자신의 방향성을 요구할 때는 그에 맞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즉 작품에 참여하는 팀원들에게 해석적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실현되기 어렵다.

만약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자신의 요구만 밀고 나간다면, 환경적 특성상 연출자보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일종의 폭력적인 권력의 상하 관계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연극이라는 하나의 배를 타고 여행하는 동료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것이며, 그러한 선원들이 타고 있는 배가 도착할 종착지는 결국 모두가 원하던 유토피아가 아닐 것이다. 즉 좋은 작품의 결과물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며, 이는 곧 그 배의 선장인 연출자의 책임이 크다.

이렇듯 연출가는 앞서 설명한 여러 역할과 더불어 한 배의 선장, 한 가정의 가장처럼 모두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한 작품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예술가이다.정창윤〈극단 열혈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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