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아름다운 선거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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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4 06:46  |  수정 2024-01-04 06:55  |  발행일 2024-01-04 제23면

본격적인 선거철을 맞은 데다 새해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로 연초부터 스마트폰에는 후보자들과 지인들의 SNS 문자가 홍수를 이뤘다. 총선 예비 후보들은 조금이나마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출판기념회나 출마 기자회견을 핑계로 유권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 보고회 등으로 홍보에 나섰다. 저마다 성실한 일꾼으로 봉사할 테니 뽑아달라는 호소다.

최근 경북 문경의 마성면에서 주민자치위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큰 권한은 없는 자리지만 내 고장 발전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주민 화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지 가운데 한 사람이 자치위원장이다. 이 때문에 덕망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하고 제법 경쟁 구도도 이뤄진다. 마성면 주민자치위원장 선거에는 2명의 후보가 나섰다. 전체 25명의 자치위원을 상대로 두 후보는 각각 12표씩 얻어 동수를 이뤘다. 공교롭게도 1명의 자치위원이 몸이 아파 기권한 탓이다.

결선 투표의 절차를 거칠 법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가 "연장자가 위원장을 해야 한다"며 선뜻 양보의 뜻을 피력했고 선거는 마무리됐다. 당연히 후보자 간의 알력이나 연고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 같은 뒤끝은 없었다. 마을 이장 선거부터 농·수·축협조합장,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등 많은 선거를 거치면서 혈연과 지연으로 얽힌 농촌은 화합과 축제의 선거 분위기는 사라지고 민심이 사분오열 찢어지기 일쑤다. 마성면의 주민자치위원장 선거처럼 깨끗한 승복과 승자에 대한 축하가 당연시되는 선거풍토가 정착해 모든 선거과정이나 결과가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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