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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금 시각예술가 |
인형공방을 운영하는 선생님과 점심 약속을 했다. 대구에서 찾기 힘든 '비건(vegan)' 음식점이 약속 장소였다. 평소 이곳에 대해 들은 바 있어 함께 가자 약속했는데 드디어 가게 된 것이다.
단순한 음식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양한 곡물, 세제, 샴푸, 식재료를 비롯해 핸드메이드 제품, 간식거리 등이 진열돼 있었다. 주문을 하려 카운터로 갔는데, 주문을 하는 선생님의 팔에 그물 장바구니가 걸려 있었다. 장바구니 속엔 샴푸 통과 플라스틱 용기도 몇 개 있었다. 이곳에서 세제와 곡물을 필요한 만큼 사기 위해 챙겨 온 것이다.
나는 맛있는 비건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만 했었지만, 같이 온 선생님은 세제를 사기 위해 집에서 쓰던 샴푸 통을 세척해 가져온 것이다. 저울에 올려놓고 필요한 만큼 세제를 덜어 담고, 요거트에 섞어 먹을 치아시드도 가져온 작은 용기에 담았다. 양이 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딱 필요한 만큼 사는 거라고 했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가게 안을 구경했다. 이곳에서 숍을 이용할 경우 장바구니를 준비해야 한다. 담아갈 용기가 없을 시 유리병을 사야 한다. 나는 장바구니가 없어 숍 이용을 일단 보류했다. 장바구니와 유리병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음식을 먹는 동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드디어 맛있는 비건 음식이 나왔다. 파스타, 떡볶이, 템페 요리가 나왔고, 비주얼도 먹음직스러웠다. 건강하면서도 대중적 맛이 공존했다. 식물성 재료를 사용했지만 깔끔하고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즐거운 대화로 이어져 기분까지 힐링이 되는 것만 같았다.
틈틈이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주변은 어느새 손님들로 가득 찼다. 가게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철학을 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수다를 떨고 디저트까지 먹고, 빈손으로 나왔다.
주문한 음식을 먹기 전,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은 물품을 계산하는 인형공방 선생님과 가게 사장님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옆에서 나는 "이렇게 장바구니와 용기를 준비한 것이 대단하다"고 했고, 인형공방 선생님은 "재밌으니까요!"라고 하였다. 가게 사장님은 "그 마음으로 오시면 된다"고 했다.
이 가게를 방문한 분들은 대부분 환경에 대해 관심이 큰 분들이라 공통의 고민이 있는 듯했다. 그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단어가 인형공방 선생님이 말씀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별나다'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재밌게, 함께' 지구를 위한 행동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원선금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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