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베켄바워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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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6 06:46  |  수정 2024-01-16 06:56  |  발행일 2024-01-16 제23면

분데스리가(Bundesliga).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를 일컫는다. 1970~80년대 일요일 낮 국내 안방극장에 분데스리가 경기가 녹화 중계된 적이 있다. 국내에 유일하게 소개된 외국 프로축구였다. 당시 분데스리가는 유럽 프로축구의 선두주자였다. 지금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를 비롯해 프리메라리가(스페인)·세리에A리그(이탈리아)도 분데스리가의 위상엔 미치지 못했다. '카이저(황제)'로 불린 프란츠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한지 뮐러·파울 브라이트너·위르겐 그라보브스키·베른트 횔첸바인 등 유명 선수의 이름이 아직도 귀에 익어 있다. 그 기라성 같은 리그에 대한민국의 차범근도 뛰었으니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실로 대단했다. 차범근은 몇 해 전 인터뷰에서 "독일에서의 선수 생활은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이었다. 정말 기계처럼 뛰었다"고 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분데스리가에서 훌륭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지금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칭송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니겠나.

분데스리가는 한때 침체를 거듭해 잉글랜드는 물론 스페인·이탈리아 리그에도 밀리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아직 옛 명성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그 전통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분데스리가는 부활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여기엔 은퇴 후 지도자·행정가로 변신한 베켄바워의 역할이 지대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베켄바워에 대한 추모 열기가 축구팬 사이에서 식지 않고 있다. 그는 생전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했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요즘 시대에 곱씹어 볼 만한 그의 명언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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