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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대에 오른 한 뮤지컬의 공연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영남일보DB> |
공연계 '스타 마케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우선, 팬데믹 이후 위축된 공연 시장 활성화 및 지역의 공공 공연장 알리기에 스타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달 대구 한 기초문화재단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작품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배우 A씨의 첫 뮤지컬 도전작입니다.
뛰어난 연기력과 함께 노래 실력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A씨의 출연 소식에 해당 작품은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습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밖에서 A씨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에 예비 관객들은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직장인 이모(31·대구 달서구)씨는 "A씨가 뮤지컬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평소 관심이 없던 뮤지컬 장르에도 관심이 생겼다"라며 "요즘 유튜브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보는 것 외에 다른 문화생활은 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가 연극이나 뮤지컬에 출연하면 공연장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해 서울에서 공연된 한 연극 작품도 최근 드라마 등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B씨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해당 연극 역시 매진 행렬을 이어가다 공연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A· B씨 외에도 주로 방송에서 많이 활약한 인기 배우와 가수들이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 서는 일이 잇따랐습니다. 그들의 출연은 연극 및 뮤지컬 전반에 크고 작은 활기를 불어넣고,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였습니다. 이를 통해 공연 관람이 익숙지 않던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르를 떠나 공연계 스타들은 지역의 공공 공연장 홍보는 물론 외지인들이 대구를 찾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해 대구의 몇몇 기초문화재단 공연장에서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들의 연주회를 선보이자 서울, 부산, 창원 등 전국 각지의 클래식 팬들이 대구를 찾은 바 있습니다. 실제 연주회 당일, 공연장과 동대구역을 오가는 시내버스 안에서는 설렌 표정의 외지인들로 붐비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지난 연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타지에서 대구를 찾은 한 50대 관객은 "공연 때문에 우연히 대구에 오게 됐는데, 대구라는 도시를 '문화예술'로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공연을 감상하는 대구 관객들을 보면서 참 음악을 좋아하는 도시라는 인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일각에선 공연계의 스타 마케팅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연계 '빈익빈 부익부'에 대한 우려입니다. 스타급 캐스팅이 어려운 소자본 공연의 경우, 작품성 등과 별개로 관객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스타급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두꺼운 팬덤이 있는 뮤지컬 배우가 비슷한 시기에 공연되는 2~3작품에 한꺼번에 주역으로 출연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한 원인으로 공연계의 스타 캐스팅 의존 분위기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작품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일부 공연의 경우, 그 우려를 스타 캐스팅으로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역 공연계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구 공연계 한 관계자는 "스타 마케팅이 관객층 확대와 침체된 공연계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또 연극이나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도 있어서, 장르간 경계를 나누는 것도 애매하고 누구든 무대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스타 의존 현상이 과해지면 공연계 양극화를 부채질 할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지역 공연계 관계자는 "창작 공연 작품의 초연 때 기획사 인맥 등을 통한 스타 캐스팅에 집중하고, 이를 홍보에 활용하는 일이 지금도 종종 있다. 초연 작품을 알리려는 의도는 이해하나, 자칫 스타 캐스팅이 작품의 내실을 가리는 포장지로 악용될 수도 있다"라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공연계가 질적으로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퇴보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공연계 '스타 마케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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