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얼음물 입수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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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5  |  수정 2024-01-25 07:02  |  발행일 2024-01-25 제23면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축구 국가대표 조규성(덴마크 미트윌란 )이 한겨울 호수에 풍덩 뛰어드는 장면이 소개됐다. 그는 "일주일 두 차례 건강 유지를 위해 얼음물에 입수한다"고 했다. 실제 적잖은 운동 선수들이 근육 회복 등 체력 관리를 위해 얼음물 목욕을 즐기고 있다. 이른바 '극저온 치료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음물 목욕은 지방 연소는 물론 체내 염증 감소, 면역력 강화, 운동 능력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 보디빌더인 크리스 범스테드도 일주일 3~4차례 아침에 일어난 뒤 얼음물 입수를 하고 있다. 그는 "얼음물에 뛰어들면 뇌가 깨어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심리적 효과도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정신력 강화를 위해 얼음물 입수를 하는 운동 선수도 많았다. 과거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에선 우승이나 탈꼴찌를 위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동계훈련에서 얼음물 입수를 빼놓지 않았다. 한때 태평양 돌핀스를 이끈 김성근 감독의 일화는 유명하다. 1989년 오대산 전지훈련에서 선수 전원에 강제로 얼음물 입수를 시켰다. 효험을 본 것인지 같은 해 시즌, 태평양은 사상 첫 3위에 올랐다.

올해 71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얼음물에 입수했다. 십자가 모양의 얼음물 수영장에 입수해 성호를 그으며 세 차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러시아 정교회 연례 의식에 따른 것이다. 해마다 어김없이 행해왔다. 러시아 언론에선 고령으로 종종 건강 이상설에 휩싸이는 푸틴의 건재를 과시하는 행위로 포장해 보도한다. 정교회에 따르면 얼음물 입수가 건강 도모는 물론 '죄를 씻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가 얼음물에 뛰어들면서 '전쟁을 일으킨 죄'를 생각했을까.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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