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친환경의 배신!

  • 양민경 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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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9 08:08  |  수정 2024-01-29 08:08  |  발행일 2024-01-29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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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환경운동까지는 못해도 일상 속 작은 환경실천이라도 하려는 이들이 많다. '친환경 제품'이라 하면 불편을 감수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믿음이 기업의 마케팅에 이용되고,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의 환경정책이 이어진다면 작은 실천마저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부단히도 친환경의 탈을 쓴 '그린워싱'을 구별해 내야 한다. 그린워싱이란 '녹색거짓말' '위장환경주의'라고도 하는데 마치 돈세탁 하듯 환경문제를 교묘하게 세탁해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최악의 환경 블랙홀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다 보니 친환경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친환경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에 오히려 피해를 준다.

할 수 없이 우리가 좀 더 꼼꼼해져야 한다. 치약과 세제 등 주변의 친환경 제품을 보면 실제 성분은 모호하게 적혀 있거나, 미미하게 포함된 친환경 요소를 크게 표기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화장품 용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종이 포장을 한 번 더 해 플라스틱을 줄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제품의 종이 포장지와 플라스틱을 분리배출 하지 않는다면 결국 쓰레기로 소각되고 말 것이다.

일회용컵의 대안으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자는 캠페인은 어느 기업의 텀블러 시즌 한정품 모으기로 전락해 버리기도 한다. 일회용 비닐 대신 사용하는 에코백에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는 활동은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환경보호라는 이름을 앞세워 홍보용이나 사은품으로 에코백을 나눠주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받은 에코백들을 우리는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한두 번 사용하고 방치된다면 일회용 제품보다 오히려 환경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옥수수 전분이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진 생분해 제품의 경우 땅에 묻으면 90% 이상 분해된다고 하지만, 종량제 봉투 속에 버려져 소각되고 있다. 분리해 배출할 곳도 없고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환경부 지침도 따로 없다.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고 싶은 우리의 실천이 언제쯤 편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양민경〈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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