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추락의 해부…남편의 추락사, 범인은 아내?…마주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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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2 08:06  |  수정 2024-02-02 08:05  |  발행일 2024-02-02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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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키노라이츠 제공>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공이 계단에서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151분 동안 '추락'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

유명 작가 산드라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남편의 죽음을 본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이다. 단순한 사고였을까, 혹은 우발적 자살이나 의도된 살인은 아니었을까. 사건은 다양한 인물과 법정을 오가며 점점 실마리를 찾아간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주목한 것은 '관계의 추락'이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하강하는 한 인물을 기술적으로 묘사해,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쇠퇴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제 목표이자 영화의 콘셉트"라고 전했다.

여인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인 남자의 죽음은 남은 자들에게 예기치 않은 질문과 숙제를 던진다. 부부의 과거를 면밀히 조사하는 재판이 진행되자 그들의 아들은 부모의 떠들썩한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에 대한 완전한 신뢰 상태였던 아들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의심을 품게 되고, 이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부부의 집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어느새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간다. 파편과 같은 모호한 증거들이 나오고,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 속에서 새로운 사실이 떠오른다. 인물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갈수록 음악과 영상은 오히려 간결하고 단순하게 절제된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연인인 아서 하라리와 공동각본을 썼는데, 현실보다 더 실제처럼 보이는 디테일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화에서 상당부분을 할애한 법적인 부분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정확성을 확보했다는 후문.

감독은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에 이어 여성 감독으로는 세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으로도 화제가 됐다. 감독은 "오늘날 영화 만드는 일의 어려움에 봉착한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설 자리를 주어야 합니다. 15년 전의 저는 분명 실수를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덜 적대적인 세상에 살고 있었죠."라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요즘 영화계에 한방을 날리는 위트 있는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추락의 해부'는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후보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인공 산드라 휠러의 여우주연상 수상여부가 관심이다. 칸느에서는 한 영화에 하나의 상을 시상하는 규칙에 따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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