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플랜 75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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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5 06:42  |  수정 2024-02-05 06:52  |  발행일 2024-02-05 제23면

오는 7일 국내 개봉되는 일본 영화 한 편이 머릿속을 무겁게 한다. 제목은 '플랜 75'(하야카와 치에 감독).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리 시놉시스를 살펴봤다. 충격적이다. 영화의 배경은 초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가까운 미래의 일본 사회다. 영화 속에서 일본 정부는 '플랜 75'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75세 이상의 국민이 죽음을 선택할 경우 정부가 준비금 10만엔을 비롯해 상담·장례 서비스까지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즉 '75세 안락사법'이다. 초고령화시대 노인복지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사회 전반에 노인 혐오 분위기가 퍼지자 고령 인구 감소를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주인공인 독거 할머니 미치는 호텔 청소부로 일하다 해고를 당한다.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살기가 어려운 처지다. 재취업에 실패해 결국 밥까지 굶게 된 그가 '플랜 75' 신청서를 쓰게 된다는 스토리다.

이 영화는 사회의 열외(列外)가 돼 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죽음을 권하는 사회'가 결코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경고다.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는 인간의 존귀함보다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현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하지만 2022년 일본에서 개봉된 뒤 현지의 반응은 섬뜩하다. 일부 젊은 층 관객은 "플랜 75가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초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일 수도 있다"고 했다. '태어날 때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는 원할 때 죽을 수 있다'라는 영화 속 대사가 상념에 잠기게 한다. 이 영화가 일본만의 이야기일까. 역시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에도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주제다. 국내 관객의 반응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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