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동네 책방 산책

  • 임은영 소설가
  • |
  • 입력 2024-03-05 08:20  |  수정 2024-03-05 08:23  |  발행일 2024-03-05 제17면

2024030401000080600002881
임은영 (소설가)

가족 규모의 축소와 1인 가구의 증가로 개인의 생활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타인이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보다 자기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직업 외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그 일을 오래 해나가려는 사람, 바쁜 시간 중에도 자신에게 적합한 공간을 찾아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면서 동네 상권도 변화하고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운영자의 취향이 엿보이는 공간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그중 하나가 동네 책방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동네 책방은 전통적 개념의 서점과 성격이 다르다. 상업 공간임과 동시에 가치 지향적인 곳이다. 동네 책방은 강좌, 전시, 낭독회, 북토크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곳으로 책의 가치를 되새긴다.

동네 책방 운영자는 책의 선정이나 운영 방식을 통해 취향을 공유한다. 소설이나 시 전문 책방, 사진 전문 책방 등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특색있는 장르나 주제로 서가를 만든다. 서가를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것 외 어떠한 콘텐츠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디저트를 즐기는 북카페에서 요리책으로 큐레이션 한다든지, 동화 작가가 그림책 책방을 열어 그림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는 등 책방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자기에게 맞는 책방에 들러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여행을 가면 동네 책방을 찾곤 한다. 같은 도시의 책방이라도 저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방의 규모보다 책 큐레이션이나 책방에 담긴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머물고 싶은 책방을 찾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동네 책방은 책을 유통하고 문화를 재생산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책방에 들르면 책을 구매해 안고 나오려고 한다. 좋은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책방이 이곳에 오래 있어 달라는 바람이 더 크다.

책방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도시 곳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불을 밝히는 고마운 책방들. 덕분에 골목이 더 밝아지고 있다.

퇴근길, 동네 책방 산책은 어떤가?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흥미로운 책이나 의외의 정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낯선 도시를 걷다 샛길로 빠지듯 책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길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할 것이다. 올봄, 동네 책방에서 자기만의 보물 같은 책을 찾는 행운을 가지길 바란다.

임은영<소설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