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은 무료·부대비용만 1천만원? 외면받는 공공예식장

  • 이지영
  • |
  • 입력 2024-03-07 07:13  |  수정 2024-03-07 08:08  |  발행일 2024-03-07 제1면
대구 11곳 '대관료 무료' 개방
장소만 대여, 비용은 일반 수준
식장 세팅 등 셀프준비 불편도
예비부부들 예식 문의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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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기사는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시에서 결혼과 출산율 증진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는 공공시설 예식장이 예비부부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일반 예식장 비용과 비슷한 수준인 데 반해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불편함을 느껴서다.

대구시는 2020년부터 작은(소규모) 결혼식을 치르는 예비부부에게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예식장이 아니면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다. 예식 총괄 비용이 1천만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고비용 결혼 문화 탓에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허례허식 없는 합리적 결혼문화를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이에 예비부부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예식을 올릴 수 있도록 공공시설 11곳을 예식장으로 개방했다. 시설은 대부분 무료다. 대관료를 받아도 최대 10만원 안팎이다. 공공시설 예식장은 시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하지만 공공시설 예식장은 예비부부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 장소만 제공되는 탓에 막상 결혼식을 하려면 추가로 드는 비용이 적잖다. 대관료 부담만 없을 뿐, 예식공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팅(테이블·의자·음향시설), 웨딩플랜(기획·연출) 등 추가 비용을 계산하면 그다지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객 200명을 초대해(대구지역 일반 예식장의 평균 최소 인원 보증제) 결혼식을 올린다면, 달서구 A 일반 예식장의 경우 970만원(식대 880만원+대관료 90만원), 수성구 B 호텔은 1천550만원(대관료 390만원+식대 1천160만원), 공공시설은 1천110만원(식대 1천만원+결혼식 세팅·웨딩플랜 110만원)이 든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발표한 예식홀 평균 비용은 1천283만원이다. 공공시설 예식 비용이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셈이다.

비용 문제뿐만이 아니다.

일반 예식장과 호텔에 비해 공공시설은 예식장 세팅부터 음식까지 일일이 직접 챙겨야 한다. 특히 웨딩플랜, 기획, 진행을 위해 별도 전문가를 물색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이 같은 이유로 공공시설에 대한 예식 문의가 시들해지자 해당 시설들도 슬며시 예식장 대관을 기피하는 추세다.

지난 5일 대구시가 공개한 11곳의 공공시설을 확인한 결과, 11곳 모두 예식장 대관을 거절했다. 일부 시설은 개방시설에 포함됐는지 여부도 모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 지원에 공공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보니 개방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예비부부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만큼 공개를 약속한 시설에는 예식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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