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남진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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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7  |  수정 2024-03-07 06:59  |  발행일 2024-03-07 제23면

지난 1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이 있었다. 요즘 인기 있는 신인선, 김용필, 조정민 등이 공연을 했지만 압권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남진이었다. 남진은 공연 도중 "신도극장을 …"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신도극장은 1970년대 '남진 리사이틀'이 많이 열렸던 곳으로, 지금은 사라졌다. 이날 관객 대부분은 신도극장을 알 만한 중장년층이었다.

필자가 공연을 보면서 새삼 놀랐던 것은 78세라는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았던 남진의 젊음과 체력이었다. TV에 나오는 것과 같은 모습의 얼굴이야 '의학의 힘'을 살짝 빌렸다손 치자. 그런데 나이 든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목소리, 배도 나오지 않은 반듯한 자세는 놀라웠다. 4곡을 부르면서 관객에게 인사말도 하고 살짝 춤도 추는데, 마지막까지 전혀 숨차지 않는 체력에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겉모습은 남진의 누나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그를 보고 "오빠"라며 환호하는 모습은 정겨웠다.

104세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강연 활동을 하는 김형석 철학자가 100세 시대의 롤 모델이 된 지는 제법 오래됐다. 남진은 100세 시대의 또 다른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이날 공연만 보면 남진은 90세가 넘어도 무대에 설 것 같다. 지난달 말 나훈아(77)가 올해 4~7월 예정된 전국 순회 공연을 끝으로 은퇴할 것을 시사했기에, 오래 무대에 서는 남진을 보고 싶게 한다. 누구나 병석에서 누워지내는 노년이 아니라 건강하게 활동하는 노년을 꿈꾼다. 남진이 그런 노년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 관리를 잘해서 보통의 많은 사람들도 '또 다른 남진'이 되길 바란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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