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맨스플레인

  •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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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4 06:52  |  수정 2024-03-14 06:53  |  발행일 2024-03-14 제23면

최근 영국 리버풀 인근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여성 프로골퍼가 겪은 황당한 사례가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1천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골프 강사이기도 한 이 여성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스윙교습 영상을 녹화하던 중 뜻밖의 조언을 듣게 된다. 어떤 남성이 "스윙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는 골프를 20년 동안 쳤다"며 스윙을 바꿔보라고 요구한 것이다. 다소 무례해 보이는 이런 조언이나 충고를 흔히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고 부른다.

'남성(Man)'과 '설명하다(Explain)'의 합성어인 이 말은 2010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권위 있는 태도로 가르치듯 설명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 여성들이 더 잘 알고 있거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까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물론, 일부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남성에 국한해 일반화했기 때문에 또 다른 성차별 또는 성 대결이라는 비판도 있다. '우먼스플레인'이라는 상대적 합성어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도와주거나 알려주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의 언행이었으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자기 의견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강요하는 것은 불편하고, 때에 따라서는 폭력적일 수도 있다. 맨스플레인이 남성 우월적 사고에서 비롯됐다고는 하나, 이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로 보는 게 합당하다. 좀 아는 척하면서 나대는 사람들은 강호에 고수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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