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물결인 듯 바람인 듯…고요하게 춤추는 '생명의 결'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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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0 08:08  |  수정 2024-03-20 08:12  |  발행일 2024-03-20 제18면
김진영 개인전 '결'…갤러리동원 앞산점 30일까지
'화몽유영' 시리즈 일부 작품 전시
어머니 돌아가신 뒤 느낀 감정들
생에 대한 가치 작품 속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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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Spring Wind(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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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작가

봄의 기운이 완연한 대구 앞산 자락에서 생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담은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갤러리동원 앞산점(대구 남구 대명동)은 오는 30일까지 김진영 작가의 회화 30여 점을 선보이는 '결 展(전)'을 개최한다. 김 작가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동안 그가 꾸준히 작업에 천착해온 '화몽유영(花夢遊泳)' 시리즈의 하나다.

전시명 '결'은 순수 우리말로서 고요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지속적 상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명의 유구함을 상징한다.

꽃의 모습에서 비롯된 '화몽유영'은 '마치 내가 꽃이 된 것처럼 자신이 꿈꾸는 바를 즐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생명·여성성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탐구하는 작가의 작업 철학을 담았다. 형태성을 배제한 표현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유기체 같은 모습으로 생명과 삶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생(生)에 대한 사유로 이끄는 매력을 선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추상적 곡선들이 가득한 김 작가의 회화작품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절제된 색채의 흐름 속에서 마치 미세한 기(氣)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김 작가의 화몽유영 작품들은 생명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고민에서 비롯됐다. 2017년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노장사상을 접했고 인생의 허무함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또한 한 명의 어머니로서 느낀 생명에 대한 경외심 역시 그의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장자의 호접몽 속 등장하는 꽃이 작업의 모티브였지만 이제 그 형태는 흐려지고 아득한 형상이 부각되고 있다.

김 작가는 "처음에는 꽃잎에 대한 세세한 표현으로 생명성을 담았다. 하지만 지금의 작업은 오히려 형태성을 비우고 흐르는 느낌 그 자체에 주력하고 있다. 끊어지지 않고 유구한 세월을 이겨낸 생명성과 더불어 살결의 촉감 등 '살아있음'과 '이어짐'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속 중첩된 색채가 뿜어내는 느낌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아크릴 재료를 겹쳐 작업하지만 그 색채는 옅어지면서 일반적인 유화와는 사뭇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동양적 선이 품은 잔잔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에 특히 눈길이 간다.

김 작가는 "제 작품 속에서 선의 유동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숨 쉬는 바람의 느낌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예술문화평론가 김동철은 김 작가에 대한 평론글에서 "그녀의 작품은 서정적이며 미소년의 감성을 지녔다. 그렇기에 순수하고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작가 김진영의 철학인 '끊임없이 변화된 세상으로의 자유로운 유영'의 이론처럼 이번 전시는 마치 에세이의 장르에서 시(詩)가 되어 살아가고픈 작가 내면의 도전을 과감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선보인 비구상 형식의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봄'이 품은 생명력에 대한 김 작가의 동경도 담겨 있다.

김 작가는 "앞산 자락에 자리한 갤러리동원 전시를 앞두고 신작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봄의 앞산 철쭉이 피는 것 같은 느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연에서 느낀 이미지를 포착해 그가 지금껏 다듬어 온 생명의 선을 적용한 것.

김 작가는 "'결'의 흐르는 유연함은 일상에서 느끼는 잔잔한 생명력이다. 겹겹이 칠해지는 색들과 켜켜이 쌓이는 선들은 비로소 나의 결이 되어 노래한다. 어느새 확장된 상상력으로 나의 결은 춤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및 그룹전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DIAF(대구국제아트페어) 등 다수의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한편, 김진영 작가는 대구 전시에 이어 오는 4월8일부터 8월9일까지 롯데호텔 울산에서도 전시를 가질 계획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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