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응급실을 지켜라!!

  •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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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9 06:51  |  수정 2024-03-19 08:32  |  발행일 2024-03-19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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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며칠 전, 밤 11시 진료하는 응급실에 호흡 곤란이 심한 70대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전원 돼 내원했다. 오랫동안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가 상태 악화로 급하게 상급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진료 자료도 한 뭉치 가져왔다. 당시 환자는 열 나고, 숨차고, 맥박도 빨랐다. 응급실에서도 급하게 환자를 처치하는 소생실로 옮겨 진료했다. 호흡 곤란에 대한 응급처치 이후 환자가 왜 이럴지 고민하면서 가져온 자료와 새롭게 검사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리고 치료 방침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약화 원인을 찾아냈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신장내과, 감염내과, 비뇨의학과 교수 협진을 통해 결과가 나오고, 치료 방침을 잡으니 새벽 1시가 넘었다.

환자에게는 열을 내릴 수 있도록 항생제와 수액 요법을 시행 후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아 응급 투석을 했다. 이후 신장 응급 시술을 하면서 환자는 점점 호흡곤란에서 벗어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숨이 찬 증상도 없어지고 원인이 해결된 시간은 새벽 5시쯤 됐다. 그때 내원할 때 울면서 면담한 딸이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냥 지켜봤으면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숨쉬기 편하게 해줘 연신 고맙다며 울먹였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밤을 꼬박 새어 진료한 찐한 보람을 느끼게 됐다. 또한, 같이 진료 봐준 교수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런 의료시스템을 갖게 해준 게 너무 즐거웠다. 응급실이라 생각하면 급박하고 무섭고 힘들게만 생각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급박하나 정교해야 되고, 무섭지만 사람에 대한 정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힘들지만 큰 보람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대학병원 응급실 시스템은 여러 해를 거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이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여러 의사 선생님의 노고로 이뤄졌다.

이번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미출근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은 너무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일주일에 24시간 근무 3번 정도 하면서 의료진 피로도가 최대치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어려운 환자가 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소멸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곧 나타날 의사 피로도가 응급의료 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는 곧 정성으로 대해야 하는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게 명확하게 보인다.

어릴 때 재미나게 읽었던 솔로몬의 유명한 '진짜 엄마 가짜 엄마 판별하기'에서 '아이를 반으로 자르거라'라는 말에 양보하는 엄마가 '진짜 엄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국민을 아낀다면 이쯤에서 의·정의 싸움은 멈춰야 한다. 정부는 강압적 자세로 의료인과 시스템을 대한다면 일하고 있는 응급실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그 좋은 공공선이 없어지고 사명감 높은 의사의 회의가 짙어진다. 그리고 학생들과 전공의들도 완충할 수 있는 전향적 자세를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기의 진정한 엄마가 될 수 있다. 진짜 아기엄마 맘으로 진심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건 우리 자존심이 아니라 병들어서 힘들고, 아파서 힘든 국민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건실한 의료적 접근이다. 진료하고 있는 응급실은 어떻게든지 지키겠다. 이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고민하고 행동하면서 더 따뜻하게 환자를 대하겠다. 다만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 놓은 의료적 성과와 시스템을 정부는 좀 더 이해해줘 솔로몬 이야기의 진정한 엄마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가지면 좋겠다.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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